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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약속했던 셀트리온그룹 3사 합병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주가가 계속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장보다 2.17% 하락한 18만500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2020년 12월 7일 사상 최고가였던 39만6200원의 45%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5.73포인트(0.24%) 내린 2403.68에 약보합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셀트리온의 하락폭은 크다.
제약바이오 및 금융업계를 인용한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3사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구체적인 합병 계획과 주주동의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고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그룹 3사 합병은 2020년 1월 처음으로 언급됐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서 회장이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지분율 35.54%)을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세우며 공식화됐다. 이후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말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주주총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석해 합병 완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연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경영진들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합병을 통해 제가 이익을 얻는 것은 없다"며 "주주님들 뜻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분식회계 논란이 정리되고 주총도 5개월 가량 지났지만, 아직 합병과 관련해 구체화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이 주주들을 잠깐 달랜 후 실행은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이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들의 동의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반대 의견을 내는 소액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셀트리온그룹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셀트리온 67.49%, 셀트리온헬스케어 55.50%, 셀트리온제약 45.07%이다. 셀트리온그룹은 3사의 소액 주주를 모두 만족할 만한 합병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 명예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차례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셀트리온그룹 쪽에서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의약품을 생산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하고 매출을 올리는 구조인 만큼 3사 합병이 이뤄지면 통합 회사의 매출이 기존 3사의 단순 매출 및 실적 합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합병의 걸림돌이다.
이처럼 합병이 표류하는 가운데, 끝 모르고 떨어지는 주가도 서 명예회장뿐 아니라 주주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5월 11일 기준 14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나서며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2020년 12월 고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한 것이다.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는 잠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이달 1일부터 3거래일 연속 파란불이 켜지며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총 253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반등을 꾀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 가운데 주주들은 서 명예회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합병 추진 시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를 지배하고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3사를 거느리는 형식이 되는 만큼 가장 직접적인 관계자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셀트리온그룹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서 명예회장"이라며 "서 명예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서 회장과 셀트리온그룹은 주가가 더 떨어지면 합병을 진행하려는 것 같다"며 "예전엔 서 명예회장이 언론에 나와 계획 발표라도 했는데 최근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며 불만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서 명예회장이 공매도 세력과 손잡고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등 조작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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