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면 숫자보다 내실이 더 뛰어난 유격수다.
8일 KIA-SSG전을 중계방송한 KBSN 스포츠 박용택, 윤희상 해설위원은 경기 도중 수 차례 이 선수를 칭찬했다. 승리의 핵심 주역은 홈런을 합창한 황대인, 박동원, 나성범, 승리투수가 된 션 놀린이다.
그러나 박 위원과 윤 위원은 ‘타이거즈 특급’ 박찬호의 내실에 주목했다. 심지어 박 위원은 클로징 코멘트로 박찬호의 활약을 짚을 정도였다. 사실 이날 박찬호는 4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타석에선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다. 공수겸장 유격수로 거듭났지만, 누구도 매일 안타를 칠 수 없다.
박찬호의 최대강점은 여전히 수비와 주루다. 실제 박찬호는 자신의 이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빅 드림’을 꾸고 있다. 공식적으로 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박찬호는 빅 드림을 꿀 만한 자격이 있는 걸 올 시즌 충분히 증명한다.
8일 경기서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4-2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 한유섬 타석이었다. 박찬호는 애당초 2루에 바짝 붙어있었다. 한유섬의 타구가 2루 방향으로 날아가자 재빨리 2루 오른쪽으로 이동, 타구를 잡았다.
이때 자연스럽게 1루 주자 김강민을 태그할 기회가 생겼다. 김강민은 노련하게 뒷걸음하며 상대 더블플레이 시간을 지연시켰다. 그러자 박찬호는 당황하지 않고 1루로 송구해 타자주자부터 잡았다. 이후 1루수 황대인의 송구를 2루 커버에 들어간 김선빈이 잘 받으면서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박찬호가 무리하게 김강민부터 태그하려고 했다면 타자주자 한유섬까지 잡는 건 힘들었다. 매우 빠르고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이끌어냈다. 경기흐름상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주루였다. 역시 4-2로 앞선 9회초. 박찬호는 2사 1,3루 찬스서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이후 김호령이 3루 땅볼을 날렸다. 이때 SSG 3루수 김재현이 타구를 몸을 날려 잘 잡았으나 1루에 송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선빈이 홈을 밟았다.
김재현의 포구 후 송구까지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포구 후 몸을 일으키다 다시 넘어졌다. 발 빠른 타자주자 김호령을 의식했던 것일까. 그러나 두 해설위원은 1루 주자 박찬호의 주루에 주목했다. 김재현이 처음부터 2루 송구를 의식했고, 실제 시선이 2루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박찬호는 최선을 다해 2루로 뛰었다. 그러자 김재현이 오히려 급히 1루 송구를 하려다 다시 넘어지며 1루에도 송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러나 수비 입장에서 더블플레이가 굳이 필요 없는 2사에서 비교적 평범한 내야 땅볼이 나올 때, 1루 주자가 2루로 그렇게 열심히 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 위원은 “눈에 안 보이는 좋은 베이스러닝”이라고 했다.
박찬호가 올 시즌 공수겸장 유격수, 그리고 코리안 특급이 아닌 타이거즈 특급이 됐다는 사실 자체에 많은 KIA 팬이 열광한다. 알고 보면 박찬호는 내실도 빼어나다. 향후 KBO리그 유격수 오지환(LG)-박성한(SSG) 양강 구도를 위협할 자격이 충분하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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