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혁승 기자] 야구는 흐름이다. 상대의 기세가 좋거나 투수의 상황이 안 좋을 때 투수 코치나 포수 혹은 감독은 그라운드에 올라 흐름을 한 번 끊어준다. 실점 상황에서 병살플레이가 나오거나 견제구로 주루사를 시키거나 상대 실책으로 점수를 내는 등 흐름을 뺏어 오는 경우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경기장 안에 선수들이 만들어 내는 흐름이다.
경기 외적인 요소로 경기가 중단됐다. 그 영향이 미비하게라도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경기 1회말 1사 1-2루 KIA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가 나오면 선취점이 나올 수 있는 상황. 두산 선발 좌완 최승용이 초구 높은 유인구를 던졌지만 최형우는 속지 않고 볼을 지켜봤다. KIA 팬은 선취 득점의 찬스에 최형우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최형우가 타격 자세에 들어가는 순간 문승훈 주심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 시켰다. 타자 투수 모두 무슨 일인지 두리번거렸다.
1루 두산 더그아웃 앞으로 중계방송 보조원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1회 사진기자들이 모두 홈쪽 그물 뒤에서 선발 투수를 찍고 있던 사이 아무도 없었던 두산 더그아웃쪽 사진기자 취재석 펜스를 넘어 경기장에 들어간 것이다. 경기 전 인터뷰를 했던 마이크 선을 치우기 위해 경기 중에 난입한 것이다.
주심은 "나가세요"라고 을 말했지만 방송국 보조원은 인터뷰 마이크 선을 더 빨리 걷었다. 주심은 "나가시라고요, 지금 바로 나가시라고요" 몇 번의 고함속에 결국 방송 보조원은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마침 홈에서 투수 사진을 찍고 있다가 쫓겨난 보조원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경기 중에는 선수, 심판 외에는 아무도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데일리 프레스는 경기장 그라운드 출입이 안된다고 설명해 줬다. 방송 보조원은 마이크 선을 치우라고 해서 들어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방송 요원은 그라운드가 아닌 두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치우지 못한 마이크 선을 마져 치우려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두산 김태형 감독 앞을 지나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두산 선수들 사이로 당당히 들어갔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놀란 듯 방송 요원을 다시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고 심판실에 있던 예비 심판도 나와 제지했다. 야구장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는 취재진은 KBO에서 발급하는 초록색 취재증을 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 취재도 경기전 행사나 시구 혹은 이닝이 교체되는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이 이동이 가능하다. 야구의 룰만큼이나 취재의 룰도 복잡하기 때문에 신입 기자들은 선배와 함께 취재를 하면서 배운다.
문제는 방송 보조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고 그런 취재나 방송 촬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구장 출입의 편의를 위해 구단에서 발급하는 '데일리 취재' 목걸이를 걸고 일을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데일리 취재'는 그라운드에는 들어올 수 없다. 앞서 말한 상황에 따른 다양한 취재룰을 모르고 그라운드에 들어온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라운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 보조원의 사진기자 취재석 펜스를 넘어 난입한 일 때문에 오후 2시 한여름 땡볕 같은 뜨거운 가을 햇살 아래 선수들은 약 50초 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방송 보조원이 두산 더그아웃으로 다시 들어가 쫓겨나는 등 중요한 선취 실점 상황 속에서 두산의 더그아웃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경기가 재계되고 최형우는 바로 땅볼을 쳤다. 완벽한 병살 상황이었지만 두산 김재호의 1루 송구 실책이 발생했고 2루 주자 이창진은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올렸다. 경기는 7회 KIA 박동원의 투런포로 KIA가 3-0으로 승리해 4연승을 했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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