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떠난 FA들로 라인업을 꾸리면 올스타전을 연상하게 한다. 말 그대로 드림팀이다.
두산은 13일 잠실 LG전 패배로 시즌 70패에 이르렀다. 50승70패2무, 승률 0.417. 2014년을 넘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으로 치닫는다. 사실 두산왕조의 몰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1~2년 전에 왔어야 하는데 김태형 감독의 빼어난 지도력, 구단 특유의 화수분 시스템으로 좀 더 버텼다고 봐야 한다. 이젠 짜낼 화수분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정적인 건 FA 유출이다. 모기업이 돈을 써야 할 때는 화끈하게 썼지만, 그렇다고 자금력이 풍족한 건 아니었다. 더구나 유능한 선수가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두산,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FA 유출 역사
2015-2016/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2년 700만달러(2017~2018 LG 4년 115억원)
2016-2017/이원석/삼성/4년 27억원/보상선수 이흥련(현재 SSG)
2017-2018/민병헌/롯데/4년 80억원/보상선수 백동훈(2021시즌 후 방출)
2018-2019/양의지/NC/4년 125억원/보상선수 이형범
2020-2021/오재일/삼성/4년 50억원/보상선수 박계범
2020-2021/최주환/SSG/4년 42억원/보상선수 강승호
2020-2021/이용찬/NC/4년 27억원/보상선수 박정수
2021-2022/박건우/NC/6년 100억원/보상선수 강진성
물론 이 기간 두산이 붙잡은 FA도 많다. 오재원, 고영민(은퇴), 김재호, 이현승, 김승회(은퇴), 정수빈, 허경민, 김재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올 시즌 주축으로 맹활약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허경민이 타율 0.290으로 분전한다.
5명의 보상선수도 저마다 장점이 있지만, 주축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이형범이 2019시즌에 오자마자 19세이브로 분전한 게 전부다. 박계범과 강승호는 타격에서 성장이 안 된다. 강진성도 2020년 NC에서 맹활약한 뒤 2년 연속 내리막이다.
그래서 FA로 이적한 야수들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유독 타선이 약한 이유가 여기서 잘 드러난다. 김현수, 양의지, 오재일, 최주환, 박건우는 지금도 LG, NC, 삼성, SSG의 중심타자로 활약한다.
떠난 FA들로 올스타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 1루수 오재일, 2루수 최주환, 3루수 이원석, 포수 양의지, 외야는 김현수와 박건우. 민병헌이 지금도 뛰고 있다면 국대급 외야진이다. 선발투수와 유격수만 없을 뿐이다. 두산의 올 시즌 베스트라인업이 이 멤버들과 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
두산 팬들에게 더욱 슬픈 건 김태형 감독마저 시즌이 끝나면 FA라는 점이다. 두산은 당연히 김 감독 거취에 대해 함구한다. 그와 별개로 야구계 안팎에선 두산과 김 감독의 결별 가능성을 꾸준히 점친다. 떠난 FA 라인업에 김 감독까지 들어가면 정말 올스타전에 나가도 무방하다.
두산은 올 겨울 격동의 시기를 맞이할 게 확실하다. 김 감독을 붙잡든 새 사령탑을 선임하든 최소 1~2년 리빌딩은 불가피하다. 참고로 2014-2015 시장에서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영입한 뒤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김 감독은 8년간 딱 1명의 외부 FA 선물을 받고도 팀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렸다. 이러니 올해 팀이 ‘폭망’ 일보직전이라고 해도 김 감독을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산 시절 양의지, 오재일, 이용찬(위), 두산 시절 박건우, 최주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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