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움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키움이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선발한 김건희(원주고)를 두고 ‘공식적으로’ 투타겸업을 시키겠다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고형욱 단장의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이라는 말에 이도류 가능성이 포함된 건 맞다.
키움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로 했다. 고교 시절처럼 포수와 투수로 고루 활용할 것인지, 포지션을 전향해 투타 겸업을 할 것인지, 그냥 투수로만, 혹은 포수로만 활용할 것인지. 현 시점에선 포수로만 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입단해서 몸 상태를 체크하고, 훈련을 시켜보고, 본인과도 얘기를 해보는 등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곧바로 1군에서 쓸 수 있는 선수인지, 시간을 두고 육성시켜야 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은 키움의 편이다. 급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본인도 투타겸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했던 얘기, 키움의 인터뷰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롤모델이 이지영, 이정후, 안우진이다. 세 사람의 모든 걸 빼앗고 싶고 배우고 싶어한다.
분명한 건 김건희가 포수로 실패해도 키움에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다. 박동원(KIA) 트레이드로 받아온 2라운드 2순위에 전문포수 김동헌을 선발했다. 심지어 김동헌과 김건희 포함 포수만 5명을 뽑았다.
지금도 백업 김재현 외에 신예 김시앙이 내부적으로 큰 기대를 받는다. 주효상도 곧 제대한다. 즉, 키움은 김건희를 투수와 다른 포지션으로도 충분히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놨다. 김건희는 특정 포지션에 대한 부담 없이 야구 재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짚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투타겸업은 절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매년 고교 특급유망주 출신 신인들을 보면 투수와 유격수 혹은 투수와 4번타자를 겸하거나 겸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마추어와 프로의 레벨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어정쩡하게 겸하기보다 투수 혹은 타자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나만 집중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투타겸업은 어떻게 보면 모험이다. 둘 다 시도하다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면 팀도 선수도 낭패다.
대부분 구단이 신인드래프트 중~후반 라운드로 뽑은 선수들에겐 큰 부담을 갖지 않는다. 어차피 한~두 가지 장점을 보고 뽑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1차지명이나 드래프트 1~2라운드에 뽑은 신인들은 특정기간을 두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들이 구단의 미래 핵심 코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실패하면 구단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은 투타 겸업을, 그것도 신인에게 허락하는 게 어렵다. 이런 점에서 키움과 김건희의 만남은 어울린다. 키움의 방향성과 결이 나머지 9개 구단과 다르기 때문이다. 성적을 중시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승보다 육성에 특화된 구단인 건 사실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1라운드 신인이 실패하면 구단에 장기적으로 타격이 있다. 투타겸업을 가능성만 보고 시키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키움이니까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선수를 잘 키우는 구단이다. 그리고 이미 1군에 올라온 젊은 선수가 많아서 (실패의)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쉽게 얘기하면 수년간 리빌딩에 실패한 구단이 핵심 유망주에게 투타겸업을 하라며 3~5년 정도 충분히 시간을 주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망주가 귀해서 해당 특급신인이 실패하면 구단의 리빌딩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 구단도 선수도 부담스럽다.
반면 키움은 밑져야 본전이다. 김건희가 투타겸업을 하지 않고 한 포지션으로만 성공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또 관계자의 말대로 매년 젊은 선수가 1군에 활발히 치고 올라오는 팀이니 유니크한 유망주 1~2명 정도에겐 충분히 시간을 갖고 기다려줄 여유가 있다. 내년부터 김건희의 성장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건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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