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상대팀 선수를 보고 박수 치며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KT 이강철 감독이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롯데 이대호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은 미소와 박수로 레전드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는 이대호는 각 구단을 돌며 은퇴투어를 하고 있다. 1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는 KT와의 마지막 경기로 이강철 감독과의 마지막 대결이기도 했다.
경기는 KT가 6-3으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에 패한 롯데는 8위로 주저앉았다. 끝까지 가을야구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이대호에게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지만 패하고 말았다. 이대호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때 KT 이강철 감독이 KT 선수들이 아닌 이대호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상대팀 감독이 은퇴를 앞둔 레전드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다. 이대호는 깜짝 놀라며 모자를 벗고 이강철 감독에게 공손히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KBO가 리그 40주년 기념으로 선정한 레전드 40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핵 잠수함'으로 불리며 1989시즌 데뷔 첫해부터 10승 100탈삼진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98시즌까지 10시즌 연속 10승과 1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투수였다. 16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5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통산 152승(통산 승리 4위), 투구이닝 2204 2/3이닝(투구이닝 3위), 1751탈삼진(탈삼진 3위)를 기록한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다.
레전드 선수 출신의 이강철 감독은 레전드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상대팀 선수지만 경기 전부터 이대호를 존중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대호를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인데 진짜 은퇴하기는 아까운 성적이다. 이대호가 롯데 타선에서 제일 무섭다."라며 은퇴를 아쉬워했다.
그리고 경기 후에도 "이대호의 마지막 수원 경기 수고 많았다. 남은 경기 마무리 잘하길 바란다"라며 떠나는 이대호를 응원했다.
레전드 출신 감독이 보여준 레전드 후배에 대한 존중의 자세는 많은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다.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에게 박수 치며 응원한 KT 이강철 감독.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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