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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정치권과 사회 전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이 비난과 조롱이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강 교수는 이달 말 펴낸 ‘정치적 올바름’(인물과사상사)에서 “‘PC충(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는 건 미국의 문화 전쟁이 한국에도 상륙한 건 물론 대중의 일상적 삶에 파고들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은 다문화주의의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운동이나 철학을 뜻한다.
강 교수는 PC의 핵심 콘텐츠는 도덕으로, 자기 과시를 위한 도덕이 위험하듯 자기과시를 위한 PC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정치인이 자신의 이념적 순수성을 과시하고자 타협을 거부하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강 교수는 PC 운동의 ‘취지와 당위성’에는 동의와 지지를 보내면서도, 이 같은 지지 의사가 있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운동 방식’에는 비판적 입장을 제시했다. PC 운동이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했음에도, PC 운동을 하는 일부가 상대에게 거친 비판을 퍼부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강 교수는 영국 작가 스티븐 프라이가 PC 반대 이유로 밝힌 설교 조의 개입, 경건한 체하는 태도, 독선, 이단 사냥, 비난, 수치심 주기, 증거 없이 하는 확언, 공격, 마녀사냥식 심문, 검열 등을 소개했다.
이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PC 반대 이유는 대부분 이른바 ‘싸가지’, 즉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PC 운동이 지닌 취지의 정당성에 기대 폭압적 비판·비난으로 PC 운동 반대 측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올바름’이 남들에게 으스대는 소위 ‘완장’의 용도로 본질이 왜곡되고 자기과시나 인정 투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PC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발생한 PC 운동의 부작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PC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높아졌는데,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데에는 그의 노골적인 반(反) PC 운동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2018년 미국 예일대 조사에선 심층 인터뷰를 한 3000명 중 80%가 “PC가 문제”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옳기 때문에 효과 따위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자세가 PC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독선적이고 오만한 PC는 PC를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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