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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나라 기자] 홍콩 영화계 거장 진가신(60) 감독이 8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하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터놓았다.
진가신 감독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인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에 참석하며 부산을 찾은 것.
진가신 감독은 '첨밀밀'(1997) '퍼햅스 러브'(2006) '명장'(2008) 등을 연출하고 한국 영화 '봄날은 간다'(2001) '쓰리, 몬스터'(2004)부터 중국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일본 '라스트 레터'(2021) 등을 제작하며 전 세계를 휩쓴 거장이다. 특히 그가 이끄는 제작사 체인징픽처스는 한국, 홍콩, 대만, 태국, 일본까지 5개의 글로벌 시리즈물 제작을 확정한 바.
이중 가장 먼저 선보일 시리즈물은 두 편의 한국 드라마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원:(ONE) 하이스쿨 히어로즈' '2반 이희수'이다. '2반 이희수'에는 신예 안지호, 조준영, 위키미키 김도연 등 대세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더했다.
진가신 감독의 이번 BIFF 방문은 지난 2014년 이후 8년 만. 이에 그는 "부산이 정말 많이 변화되었더라. 'D.P.' 속 부산을 봤을 때도 내가 알던 부산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부산역에 고층 건물이 많이 생겨 깜짝 놀랐다. 예전에 왔을 때 남포동 작은 골목길을 지나며 많은 배우들과 마주쳤던 삼계탕집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준희 감독의 'D.P.'를 정말 좋아한다. '파친코'도 재밌게 봤고. '파친코'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봤는데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파친코'엔 한국어, 일어가 다 나오지 않나. '파친코'가 '오징어 게임'만큼 파격적이고 섹시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정말 혁신적인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런 작업들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진가신 감독은 "저는 예전부터 전도연의 팬이다. 제가 워낙 한국 배우분들을 너무 좋아해서, 안 그래도 작품 할 때마다 한국 분들을 캐스팅하고 싶어 했다. 한국에서 영화하는 건 저의 위시 리스트이다. 제가 비록 한국어를 못하긴 해도 제약 없이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특히 그는 "어제 송강호를 만났는데 '쉬리'(1999) 때부터 팬이었다. 얼마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드디어 인정받았는데,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이미 20년 전 받았어야 했다"라고 팬심을 고백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K-콘텐츠의 글로벌 신드롬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진가신 감독은 "한국 콘텐츠가 지난 10년간 두드러진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시아 사람이 만들어낸 게 이 정도의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이 상상 초월로 놀랍다는 생각이다. 아시아 사람이 만들어서 아시아에 잘 되는 건 익숙하지만 이토록 전 세계적인 열풍은 정말 전례 없는 상황이라 더욱 놀랍다. 서양 사람들은 아시안을 잘 구분 못하는데 한국 스타들 각자를 다 알아보고 너무나 큰 관심을 보내고 일부러 그 문화를 배우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 같은 신드롬을 일으킨 K-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대학에서 전공까지 생겨서 어떤 요소 때문인지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높이 샀다.
또한 진가신 감독은 "저는 젊은 층으로부터 이해를 구하고자 이미 20년 전 범아시아적 공동 제작에 돌입하고 여러 협력을 진행해왔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최근에 나오는 콘텐츠는 워낙 젊은 코드라 제 나이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조금 있다. 커리어를 더 많이 쌓고 오래 이 일을 하고 싶기에, 조금 더 잘 이해하며 젊게 하고 싶다. 그래서 웹툰 기반의 작품들을 제작하려는 것이고 한국 콘텐츠에 왜 전 세계가 열광하는지 알고 싶은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젊은 세대들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모든 트렌드를 다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저도 저만의 스타일과 고집이 있기에.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저한테 큰 도움이 됐던 건 이제 16세가 된 딸과 함께하는 시간들 덕분이다. 우리 딸이 어린아이에서부터 자라나는 그 과정이 저한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딸과 친해지기 위해 딸이 TV를 보고 있을 때면 일부러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러다 보니 하이스쿨 뮤지컬 영화도 보고 어떨 땐 코미디 프로를 보고 또 어떨 땐 재미없는 거, 다양하게 많이 봤다. 이러면서 딸과 공감도 나누고 배우고 제 이해력이 높아졌다는 생각이다. 이런 작품성 있는 걸 좋아하네 싶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프로를 볼 때 '어떻게 저러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많은 걸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딸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게 저한텐 어딘가를 터치해서 슬프게 다가왔다. 교육 수준과 인종, 계급을 뛰어넘어선 공통적인 연결점을 찾는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다"라고 변함없이 젊은 감각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진가신 감독은 "저는 늘 감독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필름메이커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자신 있었냐' 그건 또 아니었다. 아버지가 영화 쪽에 계시니 늘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제가 천재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천천히 단계들을 밟아가며 배워나갔다. 맨 처음엔 영화 현장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로 시작하여 커피랑 밥 사다 나르던 어시스턴트, 나중엔 프로덕션 조감독, 그러다 프로듀싱 기회가 생기고 감독까지 각각 단계를 거쳐 배우면서 성장했다. 그때는 홍콩 영화 부흥기라 가능했던 것 같다. 저는 운이 좋았고 정말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직접 각본을 쓰지 않으면서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디렉터가 됐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케이스이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연출자로서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진가신 감독은 "감독으로서 참여하게 될 다음 프로젝트는 아마 내년쯤 진행될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고 장쯔이가 출연을 확정했다. 분량이 4시간 정도 나와서 6시간으로 늘려 2편의 영화로 제작될 수도 있고, 포맷을 다양하게 열어두고 진행 중에 있다"라고 귀띔했다.
[사진 = 체인징픽처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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