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과적으로 도박은 대성공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지난 2년간 은근히 과감한 승부수를 꽤 던졌다. 실패한 사례도 있고 성공한 사례도 많다. 올 시즌만 볼 때 가장 성공적인 디시전은 작년 유격수 골든글러버 김혜성의 2루수 전환이다.
그에 못지 않은 모험수가 이번에 제대로 통했다. 에이스 안우진의 8일 최종전 등판이었다. 안우진은 9월30일 인천 SSG전 이후 8일만에 나갔다. 등판 간격만 보면 평범한 기용으로 보였다. 아니었다. 키움이 3위를 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던진 승부수였다.
키움은 6일 대전 한화전서 패배하면서 4위 추락 위험성이 커졌다. KT는 8일 경기를 앞두고 잔여 3경기에 3위 매직넘버3. 홍원기 감독은 KT가 7일 광주 KIA전서 지는 걸 보고 8일 두산과의 최종전 선발투수로 안우진을 예고했다. 사실 그 경기를 이겨도 KT가 3경기를 다 이기면 KT에 3위를 내주는 것이라서 대단한 모험이었다.
더구나 키움으로선 4위로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치르면 12일에 1차전을 시작하는 일정이다. 8일에 7이닝을 소화한 안우진을 사흘 휴식 후 12일 1차전에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1차전서 다른 투수들로 버티다 져도 13일 2차전에 안우진을 내세우면 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일드카드결정2차전은 어드벤티지를 가진 4위도 벼랑 끝 승부라는 부담이 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의도대로 풀렸다. 안우진은 8일 두산 타선을 압도하며 키움에 1승을 안겼다. 만약 키움이 그 경기를 졌다면, KT는 8일 한꺼번에 3위 매직넘버를 2개 줄여 1이 되는 것이었다. KIA가 7일 경기서 4위를 확정하면서 8일에 힘을 빼고 임하느라 예상대로 KT에 졌다.
쉽게 말해 키움이 8일 최종전서 안우진을 쓰지 않고 졌다면, KT는 8일 승리로 3위 매직넘버가 1이 됐다. 그리고 10일 수원 NC전 승리로 3위를 확정하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11일 최종전까진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됐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과감한 디시전이 KT의 매직넘버 소멸시점을 늦췄다. KT는 최종전서 LG에 지면서 끝내 3위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하지 못했다.
KT가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치르게 되면서, 키움이 선착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16일에 열린다. 안우진은 다시 7일간 쉬고 거사를 준비한다. 키움이 플레이오프, 나아가 한국시리즈를 노린다면 안우진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와 다르다. 선발투수가 사실상 완급조절을 거의 하지 않는다. 불펜투수처럼 전력투구하면, 자연스럽게 투수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할 안우진이 1회부터 극단적으로 전력투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정규시즌에 한 차례 찍힌 160km(6월23일 대구 삼성전 김현준)를 다시 찍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키움의 최대무기는 역시 에이스 안우진과 괴물타자 이정후다. 특히 안우진은 1경기를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시즌서 만나는 팀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준플레이오프 파트너가 KT든 KIA든 관계없다. 안우진이 키움의 업셋을 이끈다면 주가는 또 한번 올라가게 돼 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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