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삼성 라이온즈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영구결번의 영광은 딱 3명의 선수만 차지했는데 '헐크' 이만수의 22번, '양신' 양준혁의 10번, '국민타자' 이승엽의 36번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이승엽 SBS 해설위원의 행보에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형 전 감독과 결별한 두산이 이승엽 위원을 새 감독으로 선임하기로 했고 발표가 임박했다는 말이 퍼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승엽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모양새다. "조만간 두산에서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이승엽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타자이면서 동시에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얼굴과 마찬가지였다. 1997년 데뷔 첫 홈런왕 타이틀과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이승엽은 1999년 54홈런을 터뜨리며 사상 첫 50홈런 시대를 열어 젖힌 것도 모자라 2003년 56홈런을 발사, 아시아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던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뒤에도 삼성 왕조와 함께 했으며 2017년 은퇴 경기에서는 홈런 2방을 작렬하는 거짓말 같은 장면도 현실로 이뤄냈다. 이것이 모두 삼성 유니폼을 입고 만든 전설이었다.
이승엽 같은 대스타는 은퇴 이후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야구계에서는 "언젠가 삼성의 사령탑을 맡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듯 하다.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친 삼성도 새 감독 선임을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팀내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승엽은 정작 삼성이 아닌 두산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삼성도 지도자로서 이승엽과 함께 하는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엽 위원도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선동열이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처음으로 지도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김응용이라는 스승이 사령탑으로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응용 감독이 2004시즌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자 자연스럽게 선동열 감독 체제가 들어섰다.
이런 저런 이유를 떠나 대구 팬들의 입장에서는 영구결번 프랜차이즈 스타가 삼성이 아닌 다른 팀에서 지도자를 맡는다는 자체가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삼성에서 영구결번이 된 대스타 출신의 지도자가 다른 팀에서 감독직을 맡는 장면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 서운함은 배가될지도 모른다.
이만수는 지금도 대구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이다. 그가 메이저리그 코치 생활을 마치고 2007년 SK 와이번스의 수석코치를 맡아 고향인 대구를 찾자 대구 팬들은 그에게 장미꽃 100송이를 던지며 레전드를 '예우'하기도 했다. 결국 2012~2014년 SK 감독직을 역임했지만 고향팀 삼성에서는 지도자로서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정녕 삼성은 영구결번 대스타와 지도자로서는 인연이 없는 것일까.
[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13일 오후 경기도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에 앞서 KIA 이범호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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