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루치만 싸왔다.”
KIA 차세대 에이스 이의리를 13일 KT와의 와일드카드결정1차전을 앞두고 만났다. 대다수 선수가 ‘일주일치 짐을 싸왔다’라고 했다. 다소 과장된 말인 듯하지만, 와일드카드결정전 통과를 넘어 준플레이오프서도 사고를 쳐서 당당히 광주 홈 경기를 치르러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러나 이의리는 “하루치 짐을 싸왔다”라고 했다. 배수의 진을 쳤다는 의미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포스트시즌을)여유 있게 임하기보다 눈 앞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옷은 사면 된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의리의 말이 씨가 됐다. KIA는 정말 짐을 하루치만 싸면 됐다. 와일드카드결정1차전서 2-6으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타선이 화끈하게 터지지 못해 2-3으로 끌려간 게 1차적 패인이다. 그리고 8회말에 3점을 내주면서 카운터펀치를 맞은 것도 뼈 아팠다.
김종국 감독은 8회말 시작과 함께 이의리를 올렸다. 이미 션 놀린, 토마스 파노니 등 두 외국인투수를 소모한 상황. 또 다른 선발요원 이의리를 투입하며 추가점을 막고 마지막 반격을 준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의리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경기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점만 부각하고 말았다. 이의리의 최대장점은 리그 좌완 중 가장 빼어난 스터프다. 단점은 제구 및 커맨드 기복이다. 좋은 투구밸런스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의리는 황재균에게 146km, 앤서니 알포드에게 148km, 오윤석에겐 149km까지 찍었다. 점점 출력을 높였다. 그러나 알포드, 장성우, 오윤석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 감독은 배정대 타석에서 메인 셋업맨 장현식을 올렸으나 장현식이 쐐기 좌선상 2타점 3루타를 내줬다. KIA의 올 시즌 마지막을 고한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의리가 작년 도쿄올림픽을 경험하고 성장했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그러나 도쿄올림픽과 포스트시즌은 또 달랐다. 여전히 이의리는 만원관중 앞에서 일관성을 유지해본 경험이 적다. 본인 역시 “올림픽은 관중이 없었다. 포스트시즌은 관중도 많아서 다르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그냥 포수 사인만 보고 던질 것 같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포수 사인대로 던졌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만원관중에 중압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의리에겐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기 부진으로 이의리의 2022시즌을 폄하할 수 없다. 꿈에 그리던 풀타임 시즌을 보냈고,38경기서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6)을 쌓았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체계적 훈련으로 파워피처 반열에 올라섰다.
이의리는 “형들과 똑같이 시즌을 치렀다. 안 다치는 게 목표였는데 만족스럽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했고, 더 열심히 했다. 투구수, 이닝을 길게 못 가져간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라고 했다.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이 필요하다.
[이의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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