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팬들에게 감사하다.”
두산이 예상대로 이승엽 감독 선임을 14일 공식 발표했다. 3년 총액 18억원 계약. 초보감독 역대 최고 대우이자 파격적인 딜이다. 2017년 삼성에서 은퇴한 뒤 한번도 KBO리그에서 지도자를 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두산이 이 감독의 이름 석자에 실린 무게감을 인정해줬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취임 소감을 밝히면서 말미에 “삼성 팬들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199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 몸 담은 기간을 제외하면 15년간 뛰어온 팀이다.
삼성 역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슈퍼스타이자 KBO리그, 나아가 한국야구를 대표는 ‘파워 엘리트’,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삼성이 곧 이승엽이었고, 이승엽이 곧 삼성이었다. ‘푸른 피의 사나이’를 얘기할 때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고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야구인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승엽 감독과 2017년 이후 인연이 없었다. 류중일 감독이 2016시즌 직후 퇴진한 뒤 오랫동안 몸 담은 또 다른 프랜차이즈스타 김한수가 감독을 물려받았다. 이후에도 삼성이 이승엽 감독을 지도자로 영입할 기회는 있었지만, 인연이 되지 않았다.
이후 삼성은 허삼영 감독 체제에서 단맛과 쓴맛을 모두 봤고, 올 시즌을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로 마쳤다. 공교롭게도 박 감독대행은 코치 시절부터 상당히 호평 받아왔다. 현재 신임감독 최유력 후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래저래 이승엽 감독과 삼성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 감독으로선 두산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지도자 생활을 친정이 아닌 타 구단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승엽=두산이라는 그림이 선뜻 떠오르지 않지만, 과거 김응룡-선동열 체제가 삼성에 들어섰을 때도 느낌은 비슷했다.
여전히 삼성 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이승엽 감독. 그는 삼성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예의를 갖췄다. 13일 KT와 KIA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이 열린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해설한 게 해설위원 고별전이었다. 당시에도 많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해설을 소화하며 KT와 KIA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이 감독의 친정 예우는 여기까지다. 이제 이 감독의 팀은 삼성이 아닌 두산이다. 향후 삼성과 언제 어떻게 인연이 닿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최소 3년간 이 감독은 두산맨이다. 삼성도 이 감독에겐 뛰어넘어야 할 타 구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승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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