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하의 선동열 감독도 욕을 많이 먹었다. 이승엽 감독? 예외는 있을 수 없다.
KBO는 올해 전문가와 팬들의 투표를 취합해 레전드 40인을 선정했다. 영예의 1위가 선동열 전 삼성, KIA,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2위가 최동원, 3위가 이종범, 4위가 이승엽이다. 빅4는 한국야구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이견의 여지가 없다.
빅4에서 선동열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KBO리그 1군 감독을 맡은 야구인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승엽 감독이다. 이 감독은 두산과 3년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파격적 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이 감독의 야구 철학과 비전을 높게 평가해 역대 초보감독 최고대우를 안겼다. 이승엽 이름 석자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석자가 2017년 은퇴 후 한국야구에 미친 선한 영향력까지 외면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감독이 아니면 초보감독이 3년 18억원 계약을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다. 두산의 상황을 볼 때, 당장 호성적보다 팀을 리빌딩해 1~2년 뒤 재도약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듯하다. 지금도 두산 전력이 아주 약한 건 아니지만, SSG, LG 등 상위권 팀들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9월 드래프트 현장에서 두산은 전통적으로 신인을 잘 뽑고 키워왔다는 시선에 김태룡 단장은 “밖에서 모르고 하시는 소리다. 다 아프고 재활 중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우선 구단,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리빌딩의 토대를 다지고 다시 팀을 끌어올릴 만한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 당장 두산도 이 감독을 충분히 기다려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감독도 결국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타자였지만, 신임감독일 뿐이다. 프로구단의 최종 목적지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리빌딩도 궁극적으로 우승으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의 일부다. 제 아무리 이승엽 감독이라고 해도 성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선동열 감독도 2004년 삼성 수석코치 및 투수코치를 거쳐 2005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뒤 기존 주축 일부가 노쇠화하거나 부상하거나 은퇴하면서 리빌딩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기조에서 최형우(KIA), 박석민(NC), 채태인(은퇴)을 새로운 중심타선의 핵으로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도 삼성은 2007년~2008년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2009년에는 필승계투조의 부상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010년에 다시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도약하며 2010년대 초반 왕조의 기틀을 다졌다.
이 과정에서 선 감독도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팬들은 2005~2006년 우승에 눈 높이가 맞춰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훗날 친정 KIA로 돌아간 뒤에도 성적이 나지 않자 고향 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2014시즌 이후 재계약을 맺고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수 시절엔 레전드였지만, 감독은 똑 같은 감독일 뿐이다.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 9개 구단 감독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 리빌딩도 해야겠지만, 성적도 어느 정도 따라붙어야 구단과 팬들로부터 신뢰받는다.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이 감독이 무거운 짐을 안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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