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두산에서 '국민타자'의 지도력이 꽃을 피울까.
두산의 파격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산은 14일 제 11대 사령탑으로 이승엽(46) 감독을 파격 선임했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거포로 '국민타자'라는 애칭으로 통했던 이승엽 감독. 선수 시절은 화려했지만 감독으로서 어떤 커리어를 남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직까지 지도자 경력이 일천하다는 점은 리스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이승엽 감독의 스타일이 아직은 베일에 싸여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조금의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이승엽 감독이 SBS 해설로 나섰던 13일 KT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그의 지도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8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의리의 투구를 보고 "개인적으로 투구폼이 NC의 구창모와 흡사한 면이 있다. 팔 스윙과 밸런스를 보면 비슷하다. 혹시 문제점이 생기면 조언을 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자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의 비법을 알려줘서 그런 후배가 나오도록 만드시죠"라고 거들었고 이에 이승엽 감독은 "저는 정말 많이 알려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지도자로서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 없이 '대방출'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홈런왕'에 국한된 선수가 아니었다. 3할 이상의 타율도 쳤고 클러치 상황에서는 해결사 능력을 보여줬다. 큰 경기에서 좌절을 겪다가도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는 한방을 날렸다. 또한 일본프로야구라는 큰 무대에서 시련이 있었음에도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기술과 멘탈 모두 최고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라면 이승엽 감독의 선수 시절 노하우를 갖고 싶을 것이다.
두산은 올해 9위에 머물렀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영광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사실 지금까지 약화된 전력만 봐도 한번쯤 미끄러질 때도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두산이 이승엽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지금껏 보여준 것처럼 외부 영입에 소극적이고 전력보강에 소홀하다면 결국 기존 전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초보 감독의 입장에서는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 1명의 힘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승엽 감독이 자신의 노하우를 '대방출'할 각오로 지도자의 길에 나서지만 구단의 지원이 없다면 이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두산과 이승엽 감독의 조합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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