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KT의 선택은 과감했다.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8회말 19세 신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2이닝 마무리를 맡겼다. 그것도 겨우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
올해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신인 투수 박영현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T가 2-0으로 앞선 8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앞서 16일에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8회말 구원투수로 나와 이정후를 3구 만에 투수 땅볼로 제압했던 박영현은 이날 8회말 2-0이라는 긴박한 순간에 등장, 선두타자 김준완을 145km 직구로 3구 삼진을 잡고 이용규를 좌익수 뜬공, 이정후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키움 벤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정후에게는 포심 패스트볼만 연달아 3개를 던지는 배짱으로 이정후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KT는 9회말에도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리는 뚝심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김혜성을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은 박영현은 야시엘 푸이그에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지만 좌익수 홍현빈이 잡으면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수확했다. 푸이그는 홈런이라 직감하고 타구를 응시했는데 펜스 앞에서 잡히자 허무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속은 것과 같은 기분의 표정이었다. 끝으로 대타로 나온 김웅빈을 2구 만에 포수 플라이 아웃으로 제압한 박영현은 그렇게 팀의 2-0 승리와 함께 했다.
박영현이 이날 수확한 세이브는 KBO 포스트시즌 신기록을 낳았다. 바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한 것. 박영현은 19세 6일의 나이로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2007년 두산 임태훈이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기록한 세이브로 당시 19세 25일이었다. 정규시즌에서 52경기에 등판했지만 홀드 2개를 수확한 것이 전부였던 박영현은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박영현 자신도 경기 끝까지 마무리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그는 "8회를 막고 내려왔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더 던질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된다'고 하니 '다음 이닝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마음가짐을 다시 잡았다"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진 이유도 궁금했다. "KBO 최고 타자여서 삼진은 무리라고 생각했다"는 박영현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서 수비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심 패스트볼 3개를 던졌다"라고 밝혔다.
펜스 앞에서 잡힌 푸이그의 타구를 지켜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박영현은 "무조건 넘어갔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홍)현빈이 형이 편하게 잡아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영현의 롤모델은 마침 '끝판대장' 삼성 오승환이다. "이렇게 큰 경기에서 세이브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영광이고 뿌듯하다"는 박영현은 "오승환 선배님이 경기를 보셨을 것 같아 더 기분이 좋다"라고 미소를 비쳤다.
[KT 장성우 포수와 박영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키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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