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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누가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샌디에이고행을 악수라 했나.
김하성의 '그때 그 선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그에게 장밋빛 전망은 쏟아지지 않았다. "하필 샌디에이고로 가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샌디에이고는 1루수 에릭 호스머-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3루수 매니 마차도-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로 내야진을 완성한 상태라 김하성이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김하성의 샌디에이고행 소식과 더불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던 사실도 드러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샌디에이고보다는 토론토에서 출전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김하성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샌디에이고 내야진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행한 계약이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하고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계약할 때 팀의 내야가 강하다는 점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면서 "내 포지션은 유격수이고 프로에서 유격수와 3루를 병행했다. 포지션을 2루수로 경쟁해야 하고,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느끼기엔 메이저리그에 가서 내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어느 팀이라도 메이저리그에 있는 선수들이다. 내 입장에선 조금 더 좋은 선수층을 갖고 있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프로에서 항상 경쟁 했고 적응기가 있었다.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정면돌파'였다. 김하성은 "좋은 내야수들과 호흡을 맞추면 그 선수들에게도 배울 수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 때문에 불안하고 나를 믿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샌디에이고가 보장한 마이너리그 거부권 또한 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김하성은 지난 해 117경기라는 적잖은 출전 기회를 받았고 타율 .202 8홈런 34타점 6도루로 만족스러운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치를 쌓았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올 시즌을 앞두고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을 입었고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철옹성' 같았던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 자리가 김하성에게로 향했다.
천금 같은 기회였다. 김하성은 올해 정규시즌에서만 150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251 11홈런 59타점 12도루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그물망 수비로 샌디에이고 내야진에 견고함을 더했다. 그가 괜히 팀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4.9를 기록한 것이 아니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를 선택할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인생 최고의 선택'으로 남았다.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추격의 2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하성은 이제 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벽만 넘으면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을 수 있다.
[김하성.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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