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설영우(23, 울산현대)가 우승의 기쁨에 취해 홍명보 감독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울산 현대는 지난 16일에 열린 강원FC 원정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우승을 확정했다. 2005년 이후 17년 만에 달성한 K리그 우승이다. 또한 구단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강원전이 끝난 직후 울산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했다. 이때 누군가의 손이 홍명보 감독의 머리로 향했다. 현장에서 찍힌 사진과 영상을 보니 그 주인공은 설영우였다. 설영우는 이 장면을 캡처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팬들과 추억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회는 없다"는 글도 남겼다.'
설영우는 18일 마이데일리(MD)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헹가래 비하인드 스토리와 올 시즌 소감을 들려줬다.
MD: 우승 확정하고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우승 확정한 강원전(16일)보다 그 전에 전북전(8일) 승리한 다음에 더 많은 연락이 왔다. K리그 다른 팀 선수들도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하더라. 기쁘고 뿌듯했다.
MD: 헹가래 칠 때 홍명보 감독 머리를 뜯는 모습이 찍혔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물까지 뿌렸다. 준비한 세리머니였나.
감독님 헹가래 시작할 때 저는 팬분들이랑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뒤돌아보니까 헹가래를 치더라. 뒤늦게 뭐라도 하고 싶어서 감독님 머리를 두드렸다. 사진은 잡아당긴 것처럼 나왔지만 두드린 거다.(웃음) 우승했을 때 해봐야지 언제 또 해보겠나.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서 샤워를 준비했다. 그때 구단 직원분이 저랑 (김)민준이를 불러서 ‘막내들이 기자회견 들어가서 감독님에게 물 뿌리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바로 물병 들고 가서 물을 뿌렸다. 아직 감독님이 따로 불러서 하신 말씀은 없다. 우승했으니까 귀엽게 봐주실 거 같다.(웃음)
MD: 팬들은 ‘설영우 저러고 군대 가는 거 아냐?’라고 걱정한다.
(웃음) 상무 1차 합격자 명단에 제가 없다. 애초에 상무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년 시즌에도 홍명보 감독님과 함께할 것이다. 마지막 홈경기 제주전(23일)에서 우승 세리머니할 때 감독님과 단둘이 트로피를 들고 사진 찍고 싶다.
MD: 선수 입장에서 본 홍명보 감독의 실제 성격은?
감독님은 평소에도 웃음이 별로 없다. 불필요한 말씀을 잘 안 하신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어려운 사람, 딱딱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저도 작년까지만 해도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2년 차 생활해보니까 감독님은 운동할 때 항상 마음이 열려있더라. 선수들이 어떤 의견을 내든 다 수용한다.
MD: 포지션이 다양하다. 왼쪽, 오른쪽은 물론 중앙 수비수로도 뛰었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주 포지션은 오른쪽인데 왼쪽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그래서 왼쪽이 더 편해졌다. 센터백도 몇 번 소화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감독님이 센터백 출신이어서 저에게 많이 알려주셨다. 감독님 말씀만 따라했을 뿐이다.
MD: 올 한 해 가장 막기 어려웠던 공격수는?
가장 막기 어려웠던 선수는 2명 있다. 바로우(전북현대), 양현준(강원FC)을 막는 게 어려웠다. 바로우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다. 양현준은 올해 처음 붙어봤다.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은 재능을 갖고 있다. 더 집중해서 막으려고 했는데도 제대로 막아본 적이 없다. 내년에 더 집중해서 막겠다.
MD: 측면 수비수로서 롤모델이 궁금하다.
축구 인생을 보면 고(故) 유상철 감독님이 롤모델이다. 어려서부터 유상철 감독님 플레이를 지켜봤다. 울산대 시절에는 유상철 감독님께 직접 배웠다. 유 감독님은 한국 축구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였다. 그 점을 닮고 싶다. 해외 선수 중에는 리버풀의 알렉산더 아놀드가 롤모델이다.
MD: 유상철 감독님이 울산의 이번 K리그 우승을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까.
우승하고 팬들에게 인사하러 갔는데 유상철 감독님 걸개가 있더라. 감독님께서 계셨다면 강원전 찾아와서 응원했을 것이다. 그럼 제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을 텐데... 감독님이 하늘에서 울산 응원해주신 덕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다. 감사하다.
MD: 또래 선수들이 대표팀 발탁되고 있는데 동기부여 될 거 같다.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저보다 어린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잘하고 있다. A매치를 TV로만 보는 게 아쉽다.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게 제가 할 일이다. 우승을 위해서 열심히 했고 목표 달성했다. 내년 목표는 아시안컵 출전이다. (김)영권이 형, (김)태환이 형이 ‘대표팀 코치님들이 네 이야기 많이 한다’고 하셨다. 제가 좋은 선수였으면 당연히 뽑았을 것이다. 아직은 제가 부족해서 안 뽑히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대표팀 부름을 받겠다.
[사진 = 설영우 소셜미디어, 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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