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T 배정대가 키움 김재웅의 130km 체인지업에 배트를 휘두르며 삼진을 당했다. 양 팀의 치열했던 준플레이오프는 이렇게 끝이 났다.
시리즈 내내 발목 부상을 참고 '투혼의 가을'을 보냈던 박병호는 옛 동료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고척스카이돔 3루 원정 더그아웃에 서서 지켜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디팬딩 챔피언 KT 위즈는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올 시즌 4위로 마감했다.
이번 시리즈는 일명 '박병호 시리즈'로 불리며 시작 전부터 박병호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히어로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병호가 KT 마법사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로 치르는 첫 가을야구였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프로 18년 동안 2년 연속 KBO MVP를 포함해 홈런왕 5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히어로즈의 대표 선수였지만, 키움은 지난겨울 최근 2년간 저조한 성적을 낸 박병호보다는 늘 그랬듯 젊은 타자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공백을 메우겠다는 생각으로 재계약을 미뤘다. 이때 KT의 러브콜을 받은 박병호는 여러 감정을 안고 팀을 옮기게 되었다.
'에이징 커브' 평가까지 받았던 박병호였지만 KT에서 완전히 부활했다. 이강철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을 받으며 올 시즌 124경기서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 72득점 OPS 0.908을 기록했다. 특히 35개의 홈런포로 생애 여섯 번째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화려하게 부활을 알린 박병호였지만 시즌 막판 오른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사실상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수술이 아닌 재활을 선택했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시즌 막판 돌아왔다.
그리고 가을야구 포스트시즌에 4번 타자로 출전해 '투혼의 가을'을 보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9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 타율 0.526로 그라운드를 폭격했다. 양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었고, 아픈 발목으로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에 양 팀 선수들과 팬들 모두 놀랐다.
박병호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 7회말 완벽한 발목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력 질주로 2루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박병호가 KT 더그아웃을 보며 포효했다. 이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선수가 키움 김혜성이었다. 김혜성은 평소 박병호를 가장 존경하는 타자로 생각한다. 존경하는 선배의 투혼의 야구를 보며 많은점을 배웠다.
치열하게 경기를 하던 박병호도 베이스에서 키움 후배들을 만나면 엉덩이를 치며 격려했다. 키움 선수들도 이런 박병호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키움 팬들도 지금은 비록 상대팀 4번 타자지만 박병호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했다. 일부 팬들은 박병호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했고, 키움 박병호 유니폼과 KT 박병호 유니폼을 동시에 들고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박병호는 이렇게 만감이 교차했던 친정팀과의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마쳤다. 최선을 다한 그의 모습에 양 팀 팬들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박병호는 KT를 더 높은 곳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고개를 숙인채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이강철 감독의 말대로 KT는 여기까지 너무 잘왔고,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9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 타율 0.526로 맹타를 휘두른 KT 박병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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