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라커룸 리더가 한 마디를 하는 게 낫다.”
흔히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최선을 다했는데 상대가 너무 잘해서 완패하면, 그래서 분위기를 넘겨주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자멸한 팀은 잔상, 아쉬움이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다.
LG가 24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키움이 너무 못해서 진 것이다. 키움은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도 세 차례 정도 나왔다. 한 마디로 경기의 품질이 너무 나빴다. LG에 허용한 6점 모두 수비의 아쉬움이 투영됐다.
2회 1사 1,2루서 2루수 김혜성이 유강남의 타구를 잘 잡았다. 베이스 근처라서 유격수에게 토스하지 않고 직접 빨리 이동해 2루를 찍고 역동작으로 1루 송구를 했으나 악송구했다. 선제 실점. 유격수 김휘집의 2루 커버 속도가 다소 느린 반면, 1루 주자 문성주는 거의 2루에 이르렀다. 김혜성의 디시전은 좋았지만, 1루 송구가 문제였다.
3회에는 무사 1루서 박해민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때 좌익수 김준완이 포구 후 송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을 놓친 사이 1루 주자 홍창기가 2루에 들어갔다. 실책성 플레이. 이후 2사 1,3루서 문보경의 뜬공을 유격수 김휘집이 놓쳤다. 뒷걸음하다 몸의 중심을 잃은 탓이 컸다. 이때 중견수 이정후마저 홈에 악송구하며 0-2가 0-4가 됐다. 여기서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6회에도 어수선했다. 무사 1루, 문보경 타석에서 포수 이지영의 패스트볼이 나왔다. 계속된 1사 3루서는 문성주의 1루 땅볼 때 김태진의 홈 송구가 부정확했다. 이지영의 발이 홈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야수선택. 두 장면 모두 사실상 실책이었다. 7회에는 반대로 선두타자 박해민의 기습번트에 이지영의 1루 송구가 좋지 않았다. 1루수 김태진의 발이 떨어졌다. 실책으로 기록됐다.
키움은 지난 2년간 실책이 패배의 빌미가 된 경기가 유독 많았다. 수비코치 출신 홍원기 감독은 올해 김혜성을 2루로 보내면서 센터라인 강화에 주력했다. 올해 정규시즌 팀 실책 118개로 최다 3위였지만, 실책으로 무너지는 경기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하필 단기전서 실책으로 자멸하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심지어 KT와의 준플레이오프 홈 3경기서도 수비에 큰 문제가 없었다. 인조잔디가 깔린 고척스카이돔은 천연잔디보다 바운드 속도가 빨라 수비하기가 확실히 까다롭다. 고척에서도 안정적이었는데 정작 잠실에서 삐걱했다.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심재학 해설위원은 “키움은 감독이나 코치보다 라커룸에서 리더가 되는 선수가 경기 후에 한 마디를 하는 게 낫다”라고 했다. 대부분 감독이 미팅을 꺼리고, 코치들도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수비가 이 정도로 무너졌다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팀 케미스트리를 다질 필요는 있다. 대신 지도자가 아닌 선수들끼리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심재학 위원의 말대로라면 최고참 이용규가 이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실제 이용규는 지난 2년간 덕아웃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어쨌든 키움으로선 1차전 패배를 빨리 잊어야 한다. 후회하고 자책한다고 해서 1차전 패배가 승리로 바뀌는 건 아니다. 25일 2차전은 키움으로선 1차전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범한 선수들의 멘탈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이 또한 실력이다.
[키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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