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우 형이 훨씬 굵죠.”
올 시즌 전반기 당시 키움 셋업맨이던 김재웅과 인터뷰했다. 엄청난 허벅지에 감탄사를 보내며 “조상우보다 더 굵은 것 아닌가요”라고 하자 위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당시 관계자들은 김재웅이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조상우를 연상하게 하는 굵은 허벅지가 좋은 구위의 원천인 건 확실하다. 신장은 작지만 타점을 최대한 높인다. 내리꽂는 순간 하체의 힘이 공으로 전달된다. 자연스럽게 좋은 수직무브먼트를 자랑한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0km대 초반인데 공 회전수가 많다. 타자들로선 체감 스피드가 더 빠르다.
한화 손혁 단장이 2020년 사령탑을 지냈을 때, 김재웅의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기회를 줬다. 실제 김재웅은 2021시즌부터 불펜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냈고, 올 시즌에는 8회를 책임지는 메인셋업맨을 맡았다. 7월 초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키움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불펜이 흔들렸다. 홍원기 감독도 더 이상 ‘8회=김재웅’ 공식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김재웅은 9회를 책임지는 1이닝 마무리가 됐다. 올 시즌 65경기서 3승2패27홀드13세이브 평균자책점 2.01.
후반기에 김재웅이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키움 불펜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강판된 뒤 김재웅까지 이어줄 카드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 끝내 이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재웅이 ‘찐’ 마무리 감이라는 걸 확실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후반기 24경기서 1승2패13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68.
살 떨리는 포스트시즌서 4경기 5⅓이닝 1볼넷 2탈삼진, 안타를 단, 한 개도 맞지 않았으며, 실점은 당연히 없다. 특히 LG와의 플레이오프 2~3차전서 잇따라 세이브를 따내며 키움의 리버스 스윕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김재웅은 문보경에게 가혹했다. 2차전서는 7-6으로 앞선 9회말 1사 1루서 초구 패스트볼에 2루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3차전서는 6-4로 앞선 8회말 무사 1,2루에 올라오자마자 문보경 상대로 141km 패스트볼로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문보경의 번트가 떴고, 김재웅은 몸을 날려 걷어냈다. 이후 3루로 태그업하지 못한 2루 주자 채은성까지 포스아웃 시켰다. 슈퍼 캐치이자 슈퍼 플레이.
김재웅의 결단력, 순발력, 수비력 등이 확인된 플레이오프 2~3차전이었다. 어쩌면 김재웅은 이번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향후 10년 마무리’의 자격을 증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상우가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키움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조상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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