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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독일은 이제 뭘 해도 안 돼.”
독일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4-2로 이겼다. 무려 4골을 넣고 이겼지만 독일 선수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같은 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일본-스페인 경기가 열렸다. 일본은 0-1로 끌려가다가 후반 초반에 2골을 연이어 넣어 2-1로 역전했다. 일본이 스페인을 이긴다면,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몇 점 차로 이기든 탈락인 상황.
기자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배정받은 취재석은 독일 유력지 ‘키커’ 소속 A 기자 옆자리였다. A 기자는 일본-스페인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모니터로 독일-코스타리카 경기를 지켜봤다. 일본이 역전하자 A 기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더군다나 일본이 2-1로 이기고 있을 때 스페인은 공격 의지가 없었다. 이대로 경기를 마쳐도 스페인은 E조 2위로 16강에 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E조 2위로 16강에 오르면 F조 2위 크로아티아가 아니라 F조 1위 모로코를 만난다는 걸 알았다.
일본의 승리를 확신했는지, A 기자는 후반전 막판에 기자에게 미리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일본이 16강에 올라갈 것 같아. 축하해.” 그녀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기자가 “나 일본인 아니고 한국인이야”라고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A 기자의 표정은 진지하고 무거웠다. 축하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았다.
A 기자는 독일-코스타리카 경기 모니터를 가리키며 “여기 봐봐. 독일 선수들이 몇 골을 더 넣든 이제 우리는 16강에 못 가. 일본과 스페인이 비겨야 독일이 16강에 가는데, 스페인 애들은 공격할 생각이 없잖아. 일본이 자책골 넣지 않는 한 독일은 여기서 탈락이야”라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일본이 2-1로 이겼다. 독일은 4-2로 이기고도 조 3위로 마감했다. 칼리파 스타디움의 일본, 스페인 선수들은 16강 진출을 서로 축하했다. 반면 모니터 속 독일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죄인처럼 걸어나갔다. 월드컵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한 A 기자도 무표정으로 짐을 싸서 경기장을 떠났다. 이날 일본 기자들은 박수를 받으며 퇴근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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