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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가나 코토카 국제공항에 도착, 입국 환영행사를 받고 있다. /국무총리 비서실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한덕수 국무총리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직후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였던 가나 대통령을 만나 직접 축하를 받았다. 가나 대통령은 회담 도중에도 또 한번 축하의 뜻을 표하며 우루과이의 16강 탈락 소식을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3일(한국시간)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한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와 아프리카 2개국을 순방 중인 한 총리는 현재 마지막 순방국인 가나에 머무르고 있다.
가나는 한국의 조별리그 H조 상대국 가운데 하나로 16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필사의 경쟁을 벌인 상대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가나와의 2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해 포르투갈과 사투를 벌이던 이날, 같은 조 가나는 우루과이와 겨뤘다.
한 총리와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의 회담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3시 30분(현지시간 2일 오후 6시 30분),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에 진행됐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한 총리와 면담장에 들어오자마자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말하며 악수를 했다고 한다.
한 총리도 "감사하다"고 말하며 "지난번 한국-가나전도 한국이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고 화답했다. 이어 "가나도 멋졌다. 서로 최선을 다한 훌륭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약 30분간 이어진 회담 도중 한 차례 더 "16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많은 가나 국민들이 한국-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을 응원했다고 한다.
가나와 우루과이는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일명 '신의 손' 사건으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 가나-우루과이전 1-1 동점에서 돌입한 연장전 막판, 수아레스가 가나의 도미니카 아디이아의 헤더를 고의로 손으로 막아내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당했다. 뒤이어 가나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안이 실축하고 승부차기에서 가나가 패했다.
이 사건 이후 축구 팬으로 유명한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이번 우루과이전에 대해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3골 이상으로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던 우루과이를 가나가 철벽 수비로 방어해 2골차 승리에 그쳤다.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완성했다. 가나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추가 한 골이 절실했던 우루과이의 거친 공격을 경기 종료 직전 선수교체 등으로 막아냈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가나의 패배가 뼈아프지만 우루과이에 어느 정도 복수를 했다는 점에서 정상급 인사로는 한국 역사상 처음 가나를 방문한 한 총리에게 너그럽게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
한국-포르투갈전보다 몇 분 늦게 종료된 가나-우루과이전 막판에 가나 팬들이 오히려 한국의 16강 진출을 응원하며 '코리아, 코리아'를 연호한 것도 양국의 외교 실무자 사이에서 회자됐다고 한다.
한편, 한 총리와 H조 상대국과의 묘한 인연은 가나가 처음이 아니다. 한 총리가 지난 10월 남미 3개국 순방차 우루과이를 방문해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축구가 자연스럽게 화두에 올랐다고 한다.
당시 라카예 대통령은 경제협력 강화, 부산엑스포 지지 등을 요청하는 한 총리에게 "우루과이는 한국과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 딱 한 가지, 축구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우루과이 각료도 "11월 24일에 져 주시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하지만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고, 1930년 초대 월드컵 개최국이자 우승국인 우루과이는 16강 문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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