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커밍아웃하자 식칼 들고 '용납 못하겠다'던 父, 10년만에 여자로 인정" ('세치혀')[MD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트랜스젠더 유튜브 크리에이터 풍자가 세 차례에 걸친 커밍아웃을 통해 아버지에게 여자로 인정받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18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서 '마라맛 세치혀' 풍자는 대망의 준결승전에 올라 '미스터리 세치혀' 김원과 맞붙었다.

풍자는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해보았습니다'란 썰네임을 들고나와 후공에 나섰다. 호랑이 같던 아버지에게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는 풍자는 "첫 번째 커밍아웃은 중학교 때였다. 아버지한테 '여자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해 드렸더니 웃으셨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커밍아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풍자는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버텨보자'고 말씀하셨다"며 "세 번째는 스무 살이었다. '사실 진심이었고 어디가 아프지도 않고 조금 다르지만 열심히 살 자신 있다. 여자가 되겠다'며 커밍아웃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가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오셨다. '절대 네가 여자로 사는 걸 용납 못 하겠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으면 이 칼로 나를 죽여라'고 하셨다. 11시간 대립했지만 누구 하나 꺾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잠시 담배를 피우러 가셨을 때 여자가 되기 위해 가출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풍자는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과 10년 동안 연을 끊고 지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풍자는 "힘든 순간이 많았다.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아버지도 동생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저한테 연락이 왔다. 남동생이 이유 불분명으로 길에서 쓰러진 거다. 전 가보지 못 하는 상황이잖냐. 집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새벽에 전화가 왔다. 남동생이 쓰러진 뒤 일어나자마자 '형 너무 보고 싶어. 얼굴 잊어버릴 것 같아. 한 번만 보게 해줘'라고 했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동생의 호소를 계기로 여자가 된 뒤 처음 만나게 된 가족이었다. 풍자는 "서로를 못 알아보더라. 아버지는 상의를 110 이상 입는 건장한 분이었는데 95 입는 할아버지가 돼 있고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남동생은 초등학생 때 헤어졌는데 저보다 키 큰, 180cm 넘는 청년이 돼 있었다"고 했다. "서로 서먹서먹했다. 가족이 10년을 떨어져 있고 모습이 바뀌고 대립이 있다보니 서먹서먹하더라. 친해지고 인정받고 싶어서 연락을 많이 하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라고도 전했다.

풍자는 "가족 앞에서 울기 싫어서 세수를 하고 나왔는데 아버지가 화장실 앞에 서 계셨다. 마음에 팍 꽂힌 한마디였다"며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하셨다"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딸' 호칭을 들었던 순간을 꺼내놨다.

"감동, 슬픔이 아니라 굳어버렸다"는 그는 "아버지가 '널 여자로 받아주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하지만 네가 여자든 남자든 내 새끼이기에 널 지켜줄게. 너에게 오는 모든 비난도 아빠가 받아줄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여자로 살아봐'라고 하셨다"고 해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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