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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구속되면 변호사비 지원, 가족 생계비 매일 15만원, 영치금 매일 2만원….”
화물연대가 노조 활동을 하다가 불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조합원들에게 해주는 보상 내용 중 일부라고 한다. 이 같은 지원책은 화물연대뿐 아니라 민노총 산하 다른 노조에도 상당수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구제 방안 탓에 노조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데 둔감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22일 화물연대 홈페이지의 ‘투쟁 기금 및 희생자 구제 기금 규칙’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합원이 노조 활동을 하다가 불법행위로 구속되면 최종심까지 변호사비를 전액 지원하고, 실형을 받으면 형을 마치고 출소할 때까지 가족에게 생계비로 매일 15만원을 지급한다.
구치소·교도소 안에서 반찬이나 간식 등을 사 먹을 수 있도록 넣어주는 영치금(領置金)도 매일 2만원을 지원한다. 수배돼 도주 중인 조합원에게는 당사자에게 매일 5만원, 가족에게 매일 15만원이 나간다.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때는 출석 1일당 12만원, 재판을 받을 때는 변호사비 전액과 법원 출석 1일당 15만원을 준다.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전액을 화물연대 본부에서 대신 내주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으면 사회봉사 8시간당 15만원을 보상해준다.
화물 운송 면허 정지 처분을 받으면 매일 15만원씩 월 최대 300만원을 주고, 면허가 취소됐을 때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해주거나 노조 상근자로 채용한다.
화물연대는 “본부 목적 달성을 위한 쟁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조직 내 투쟁 및 지원·연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기금을 조성해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원 대상 ‘희생자’란, 노조 본부가 지시하거나 승인한 ‘투쟁’ 때문에 사법 처리나 행정 처분을 받게 된 조합원을 뜻한다.
민노총 산하 노조들 중 이렇게 불법행위를 지원하는 규약을 갖고 있는 노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대부분 규약과 회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매체가 조사한 결과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공공운수노조·대학노조·보건의료산업노조·사무금융노조 등이 화물연대와 마찬가지로 조합원이 본부 지시로 진행한 활동 과정에서 처벌을 받으면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는 규약을 갖고 있었다.
건설노조는 불법행위로 구속된 조합원 보석금과 보석보증보험료, 민사상 손해배상액까지 지원한다. 공공운수노조 등은 조합원이 이런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노조가 시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묶어두기’ 규정도 두고 있다.
단체 행동이 법으로 금지된 공무원노조는 일부 지부 규약에 지부원이 징계받으면 수백만 원을 보상해주고, 수감되면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항목이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가 불법행위를 한 조합원들에게 기금으로 보상해주고 있다는 건 노동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노조가 굳이 이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희생자 구제 기금’이나 ‘투쟁 기금’ ‘연대 기금’ 등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가 기반이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파업 기금’처럼 파업 기간에 받지 못하는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미리 돈을 쌓아두는 성격의 기금도 있다.
민노총이 합법화된 1997년 이전엔 민노총 산하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곤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제 기금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다.
지난 200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 노조 규약 2400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42.3%는 ‘희생자 구제’ 규정을 갖고 있었고 그중 70.6%는 노조 활동으로 해고당한 조합원 등에게 금전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정치 파업’이나 비(非)합법 투쟁 행위를 일삼다 붙잡히는 일부 강성 노조원까지 이 제도에 ‘무임승차’하면서 취지 자체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노조원을 폭행하거나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건설 현장에서 자기편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면서 공사를 방해해 처벌을 받아도 구제 기금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불법행위자에게 보상해주는 이런 기금은 노사 분규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막는 법적 제한의 ‘허들’을 낮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젊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기금을 이렇게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노조 회계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희생자 구제를 위해 노조 재정이 얼마나 쓰이는지 알 수 없어서 이 같은 일이 방치된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회계가 공개돼 노조 예산 상당 부분이 불법행위를 한 일부 조합원에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다수 조합원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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