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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전범국' 러시아가 아시아 축구를 침공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퇴출당했다.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무대는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범국은 축구를 할 수 있는 점령지를 찾아 나섰고, 방향을 당당하게 틀었다. 그곳이 '아시아'다.
러시아축구협회(RFU)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듀코프 RFU 회장이 최근 자국 언론을 통해 "오는 27일 UEFA를 탈퇴하고 AFC 가입을 결정할 것이다. AFC가 우리를 받아줄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였던 지난 3월부터 제기됐던 이슈가 올해 말 탄력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 러시아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완전히 매장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 같다.
러시아가 아시아를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아시아 축구의 화합과 시너지를 위해? 절대 아니다.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가 읽힌다.
소련 시절을 포함해 러시아가 UEFA에 가입한 건 1954년이다. 올해까지 68년 동안 단 한 번도 AFC 편입에 대한 일말의 시도가 없었다. AFC에 큰 애정도 관심도 드러낸 적 없다. 68년을 유럽의 테두리에서 잘 살아놓고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이유는 오직 하나.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AFC에 대한 진심은 애초에 없었다. 아시아 축구를 위해 무언가를 할 계획도 있을 리 없다. 국제무대에 나서기 위한 최후의 방법. '왕따'를 피하려는 마지막 발악이다.
참 뻔뻔하다. 그리고 가증스럽다. 게다가 명분도 없다. 러시아가 내세울 건 아시아 몇몇 국가와 국경이 접해 있다는 한 가지. 그 외 어떤 연결고리도 없다. 이 한 가지로 AFC의 환영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럽이었다. 지금은 유럽에서 갈 길을 잃은 전범국일 뿐이다. 이런 국가가 AFC 가입을 감행한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 이는 아시아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다. 아시아 축구를 농락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총과 칼만 안 들었지, 아시아 축구를 침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AFC가 우리를 받아줄 준비가 됐다"라는 듀코프 회장의 말은 소름이 돋는다. AFC와 이미 어느 정도 조율을 하지 않은 이상 내뱉지 못 할 말이다. "우리가 갈 테니 한 자리 내놓으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이런 당당함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최강국을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친러 국가라는 건 모르는 이가 없다. 여기에 AFC 회장을 포함한 몇몇 중동 국가들, AFC에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인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가 자신들이 가진 국가적·정치적·외교적·경제적 힘을 앞세워 AFC를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상 하드 파워로 아시아의 소프트 파워를 점령하고자 하는 시도인 셈이다.
진심도 없고, 명분도 없는 이런 외부인을 아시아가 왜 받아줘야 하는가. AFC가 러시아를 받아줄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러시아 공습의 희생양이 될 필요도, 전범국의 도피처를 제공할 필요도 없다.
아시아가 희생양을 자처한다면 러시아와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는 세계 평화를 무시하는 동조자로 낙인이 찍힐 것이고, 아시아 축구의 가치와 자존심은 추락할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적을 일으키며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진 아시아 축구다. 러시아를 품는 즉시 세계적인 비판 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아시아가 전범국에게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악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갈 곳을 잃었을 때 러시아의 악례를 따라 아시아의 문을 두드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러시아를 품음으로써 아시아 축구의 국제무대 진출도 막힐 수 있다. AFC는 상위단체인 FIFA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FIFA가 승인도 하지 않았는데 AFC가 독자적으로 러시아를 품고 국제대회에 참가시킨다면 AFC 역시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러시아와 손잡고 국제 축구계에서 고립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아시아 축구가 할 일은 힘을 모아 러시아의 공습을 막아내는 일이다. 러시아를 받아들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러시아 전쟁에 반대하는 AFC 대부분의 정상적인 국가들이 보게 되는 구조다. 정상 국가들은 러시아와 그들에게 붙은 몇몇 국가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당시 폴란드·스웨덴·체코 등이 보이콧을 선언했고, 프랑스 등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등 유럽은 러시아 퇴출을 위해 하나로 뭉친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은 세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시아도 할 수 있다. 한마음 한뜻으로 아시아 정상 국가들은 유럽에서 쫓겨난 러시아를 더욱 '비참한 왕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 어디에서도 받아줄 수 없는 처절한 외톨이로 돌려보내야 한다. 아시아를 위해서라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할 명분은 확실하다. 전범국은 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 그들에게 축구를 허락하는 건, 공정과 평화의 상징인 축구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다. 또 그들의 징계는 평화를 무너뜨린 대가다. 그 대가를 아시아가 함께 짊어질 이유 역시 없다.
러시아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그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AFC 가입이 아니다. 축구가 아니다.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다. 전쟁을 멈추고, 사과하고, 반성하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왜 그들만 모르는가.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만약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다하고(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FIFA와 UEFA의 징계가 모두 풀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때도 AFC 편입에 도전하겠는가?
러시아가 참가하는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월드컵 아시아 예선? AFC 챔피언스리그? 모스크바 장거리 원정?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러시아가 할 일을 다 하기 전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일어나서도 안 된다. 러시아가 할 일을 다 했다면 이런 일은 더욱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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