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스파이더맨:노웨이홈’의 피터 파커(톰 홀랜드)와 DC 확장 유니버스 ‘플래시’의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은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각각의 유니버스에서 막내 격이고, 아직은 미성숙하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의 멘토가 필요한데, 파커는 닥터 스트레인지(배네딕트 컴버베치), 앨런은 배트맨(벤 애플렉)이 지켜준다. 두 멘토는 멀티버스의 시공간 이동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파커와 앨런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꼭 해야할 일이 있다.
‘플래시’의 앨런은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있는 상태다. 트라우마를 겪은 앨런은 비극을 막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장소에 불시착한 앨런은 멀티버스 세계 속 또 다른 자신과 맞닥뜨리고 메타 휴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뒤엉킨 세상과 마주한다. 앨런이 멀티버스로 달려간 이유는 어머니의 허망한 죽음에 충분한 애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결국 과거까지 변경시켜 어머니를 살리려 애쓴다.
앨런은 상처와 절망을 밀어내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은 어린 그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어머니여서 더욱 그러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난 뒤에는 애도의 4단계를 지나야한다. 충격과 무감각, 그리움의 시기, 와해와 절망의 시기, 재조직과 회복의 시기를 겪어야 슬픔이 옅어진다. 이 영화에서 앨런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과거에 얽매여있다. 그리움과 절망 사이에 갇힌 것이다. 급기야 죽음의 원인까지 제거하려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한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플래시’는 상처를 밀어내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하는 영화다. 배트맨도 어두운 뒷골목에서 강도에 의해 부모님을 잃었다. 그는 앨런과 달리 부정하지 않고 수용한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지금의 나’이니까. 멀티버스에서 좌충우돌하던 앨런은 뒤늦게 깨닫는다. 이제 떠나보내야할 때라고. 애도를 마무리하고 회복해야할 시기라고. 그가 마트에서 어머니에게 건넨 말은 세상의 모든 자식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아무리 소중한 존재도 떠나보내야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대사처럼, 때로는 그냥 놓아주어야한다. 눈물이 흐르겠지만.
[사진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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