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테이핑 배트로 KBO 최고 교타자로 우뚝 선 손아섭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손아섭은 만 35살의 나이에 생애 최초로 타격왕에 올랐다. 2023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9 5홈런 65타점 187안타로 타격왕과 최다안타상 그리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7년 4월 7일 수원 현대 전에서 통산 첫 안타를 기록한 손아섭은 데뷔 9시즌 만에 통산 1,000안타를 기록했고 15시즌 만에 2,000안타를 달성했다. 그리고 내년 시즌 큰 이변이 없는 한 최다안타 현재 1위인 박용택(2,504안타)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격차는 88개로 89안타를 치면 단독 1위로 KBO 최고의 교타자 자리에 오른다.
손아섭의 타격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배트 테이핑이 한몫했다. 손아섭의 배트를 자세히 보면 배트 끝 동그랗게 올라온 노브(knob) 바로 위에 테이프가 굵게 감겨 있는 걸 볼 수 있다. 테이프의 정체는 무엇일까.
손아섭의 테이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아섭의 타격 트레이드 마크는 짧게 잡고 빠른 스윙이다. 하지만 짧게 잡은 배트 탓에 장타력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었다. 짧게 잡고 치면 공까지 빠르게 갈 수 있지만 길게 잡고 칠 때보다 공에 가해지는 힘은 떨어진다. 하지만 파워를 늘리기 위해 길게 잡고 치면 공까지의 스피드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른바 관성 모멘트 이론이다.
그래서 손아섭은 짧게 치지만 장타력을 늘릴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히메네스의 배트를 보고 답을 얻었다. 당시 히메네스는 배트에 테이핑하고 타격했고 손아섭도 손잡이 바로 위에 테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KBO 야구 규정에 '방망이의 손잡이 부분에는 단단히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어떠한 물질을 붙이거나 어떤 물질로 처리하는 것은 허용된다'라고 되어 있기에 규정에 저촉되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테이핑 덕분에 손아섭은 배트를 짧게 잡고도 손잡이가 잡아주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짧게 잡고도 손을 걸고 칠 수 있으니, 컨택과 장타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오른쪽 손목을 좀 더 쉽게 돌릴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타율과 장타력은 늘어났고 이후 손아섭은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시즌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에서 NC로 팀을 옮긴 뒤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다. 이적 후 첫 시즌 타율 0.277 4홈런 48타점 출루율 0.347 장타율 0.367을 기록했다.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손아섭이었기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손아섭은 이를 갈았다. 노쇠화가 시작됐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사비로 미국에 가서 훈련했고 타격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2023시즌 당당히 타격왕과 최다안타왕,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24시즌 만 36세 적지 않은 나이지만 손아섭의 안타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신의 이름을 KBO리그 역사 맨 위에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은 큰 동기부여가 될 테고 손아섭의 야구 열정을 불태운다.
[손아섭 배트 끝에는 항상 테이핑이 되어 있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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