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경민이 형은 따뜻한 스타일, 나는 반대다"
두산 베어스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창단 42주년 기념식을 갖고, 본격 2024시즌의 스타트를 알렸다. 이 과정에서 2024시즌 선수단의 '입과 귀'가 될 '캡틴'도 확정됐다. 바로 대박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잔류한 양석환이었다.
양석환은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언제든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파워를 바탕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양석환은 2015년 8홈런, 2016시즌 6홈런을 기록하며,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더니 2017시즌부터 본격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양석환은 KBO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2017시즌 14개의 아치를 그리며 두각을 나타냈고, 이듬해에는 140경기에 출전해 127안타 22홈런 82타점 53득점 타율 0.263 OPS 0.758로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이제 프로 생활에 꽃을 피우는 듯했던 양석환은 이듬해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게 됐고, 좋은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LG는 양석환이 잠재력을 터뜨린 뒤 상무로 향했던 만큼, 복귀 이후에도 '홈런 갈증'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양석환은 2020년 1군으로 돌아온 뒤 40경기에서 3홈런 타율 0.246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시즌이 끝난 뒤 트레이드를 통해 '라이벌'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두산은 불펜의 핵심 자원인 함덕주를 내주면서 양석환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두산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양석환은 이적 첫 시즌부터 펄펄 날아올랐다. 양석환은 2021시즌 133경기에 나서 133안타 28홈런 96타점 66득점 타율 0.273 OPS 0.827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팬들로부터 '복덩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양석환은 2022년에도 20개의 아치를 그려냈고, 지난 시즌에도 21홈런 89타점 타율 0.281로 활약, 2021시즌 9위까지 떨어졌던 두산이 포스트시즌 무대로 돌아가는데 큰 힘을 보탰다.
'트레이드 복덩이' 두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양석환은 2023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됐는데, 지난해 11월 말 4+2년 최대 78억원의 대형 계약을 통해 두산에 잔류하게 됐다. 양석환은 4년 동안 최대 65억원을 받고, 이후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이 행사될 경우 2년 동안 13억원을 더 품에 안을 수 있다. 그리고 허경민에 이어 2024시즌 두산의 '캡틴'으로 낙점됐다.
이날 창단기념식에서 주장 선임이 공식화 된 양석환은 선수단을 향해 "팀 성적이 좋으려면, 개개인의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성적이 팀 성적이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얼마남지 않은 스프링캠프와 2024시즌 준비를 잘 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2024년의 승자는 우리 두산이 됐으면 좋겠다"는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양석환이 주장을 제안 받은 것은 언제일까. 그는 "FA 계약을 맺은 뒤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그때 말씀을 해주셨다. 아직까지는 (주장으로서) 느껴지는 것은 없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신경 쓸 것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실감이 날 것 같다"며 "사실 주장의 경우 프랜차이즈 선수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산에서는 주장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주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감독은 양석환을 주장으로 선임한 배경으로 "(양)석환이는 워낙 밝은 친구다. 나를 비롯해 선배들과 후배들에게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프로 선수로서 지켜야 할 행동에서 모범이 된다. 허경민이 작년에 주장을 했는데, 몸이 좋지 않고 해서 바꾸게 됐다"며 "양석환이 감독, 코치, 선배와 후배에게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주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사령탑은 "1군의 경우 5~60명이 움직이는데, 한 마음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서스럼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팀이 돼야 한다. 그 역할을 양석환이 해줬으면 한다"며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서, 팬들이 더 응원을 해줄 수 있도록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FA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양석환은 "이미 감독님께는 할 말은 다 하면서 지내고 있다. 못할 것도 없다.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주장으로써 신경 쓸 것이 많을 것 같지만, 그게 성적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올해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주장을 해서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양석환은 "걱정이 되는 것은 (허)경민이 형은 따뜻한 스타일의 주장이었는데,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반대의 성격"이라며 "선수들은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난 두 시즌을 내부에서 봤을 때 목표 의식이 부족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갔을 때 '우승을 했으니, 떨어질 때도 됐지', 코칭스태프에 큰 변화가 있고 5위를 했을 때 '이만하면 잘했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올해는 아니다. 순위가 오르내릴 때 팀이 흔들리지 않게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양석환은 2023시즌이 끝난 뒤 3주 간의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곧바로 자체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그리고 올해는 선수단보다 열흘 정도 일찍 호주에서 몸을 만들 계획. 그는 "잠실을 사용하면서 늘 30홈런과 100타점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목표를 향해 4년 동안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3할까지 하면 목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고 웃으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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