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웅찬 법무법인 도원 수석변호사] 2004년에 ‘100만원 프린스, 10억 벤츠 마이바흐를 들이받다!’라는 사건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후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 문제를 다루면서 교통사고 보상에서 불합리한 문제들이 공론화되었다.
여기서 렌트비란 피해차량의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대여차량 비용을 말한다. 수리 진행시 최대 30일 또는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최대 10일을 적용한다.
위의 예시 외에도 고액 비용이 들어가는 외제차 사고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벤츠 조수석 문을 10cm 긁은 75살 노인은 2500만원을 수리비로 청구받았고, 대학로에서 벤츠E320과 충돌한 소형차 운전자는 20%의 과실로 '피해자'였지만 42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이들은 자동차보험으로 일부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본인이 현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논란과 사회적 합의 끝에 ‘렌트비는 동급의 차 중 최저 요금으로 차를 빌리는 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이라는 기준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찻값보다 비싼 렌트비' 보상 분쟁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판결이 다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자동차 수리 중에 다른 차를 빌려 타는 경우, 국산차 대신 동급의 외제차를 대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 판결은 차량의 가액, 주행 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여 대치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판결은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의 감정까지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대도 이 판결에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배상 책임의 법리'가 빠져있어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75만 건의 대물배상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매일 7500여 건의 사고로 인한 다툼과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과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 국산차 운전자가 외제차의 디자인과 브랜드가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 판결이 배상 책임의 법리와 맞지 않는다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보상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보험에 가입한 국민과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판결들은 이러한 고민 없이 보상 범위를 결정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서 어느 정도까지 손해를 보상해야 하는지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과도한 보상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보상해 주어야 한다.
자동차보험 계약은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개별적인 계약을 기반으로 하지만, 대부분 주요 내용은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비용 증가,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차료의 범위를 정책적으로 판단하고 표준약관으로 규정하였다.
이것이 이번 부산지방법원 판결로 인해 혼란을 야기하게 됐다. 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있을 때까지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적절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정책적인 측면, 손해배상 법리적 측면 및 사회적 합의까지 전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법원은 사회적 비용 부담의 증가를 고려하여 피해자 보호를 어디까지 해 줄 것인지 진지하게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고로 인한 모든 비용의 출처는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임웅찬 법무법인 도원 수석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비상임 이사, 국토부 산하 각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임웅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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