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최영준 "CG 연기 다 같이 현타 오기도…마블 대단해"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배우 최영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캐리처'를 통해 CG 세트장에서 연기를 경험한 소감을 전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성크리처'의 주역 최준영을 만났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최영준은 경성의 괴물, 경성크리처를 탄생시킨 장본인 가토 중좌 역을 맡았다. 가토 중좌는 의학부 출신의 군인이자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옹성병원의 실질적 책임자로 자신의 탐욕만을 쫓는 인물.

괴물이 된 사람의 고통은 생각지 않고 괴물을 여신이라 칭하고 자신의 피조물로 여기며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가토 중좌를 소름 돋는 연기로 완벽하게 완성했다. 특히 괴물 이외의 것에는 표정 변화조차 일지 않는 무미건조하고 냉랭한 아우라를 보이다가도 괴물이 새롭게 진화하며 성장해 나갈 때면 격한 감정으로 찬탄을 쏟아내는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최영준은 "저는 편집본도 못 봤어서 시청자 입장이었다"면서 "하루이틀 만에 다 봤다. 재미있게 봤다. 제가 거기 있는 게 신기했다"고 '경성크리처'를 본 소감을 밝혔다.

가토는 우아한 사람이어야 했다는 그는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부담스러웠다. 찍히는 저도, 찍는 감독님도 조심스러워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며 "감정 표현에 있어서 많이 절제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토는 스스로를 고결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오히려 정제된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살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토는 본인이 신이 되고 싶은 거예요. 다른 피조물을 만든 거잖아요. 가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얘기했었는데 저도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신인류. '어차피 인간은 나약해서 죽게 되어있어. 훨씬 더 강한 존재가 필요한 거고, 내가 못 살게 되더라도 강한 신인류를 세상에 선물하고 가는 거야'라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크리처랑 대면하는 신을 위해 CG 세트장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연기해야 했다는 최영준은 "어려웠다. 저도 처음 해 보는 경험이었다"며 "처음에는 정확히 이 그림이다 하는 가이드가 없었을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머리 모형을 만들어서 보여주시기도 했는데 정확히 이거를 바라보는 건지, 어느 정도 바라보는 느낌만 내도 괜찮은 건지 어려웠다. 총 쏘고 연기하다가 다 같이 현타 와서 '(우리) 뭐하고 있나' 이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마블 대단하다. 현타 오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저는 연극과 공연을 많이 했으니까 가상이 없지 않냐. 늘 사람과 하려다 이러니까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토를 연기하며 뻔한 악역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는 최영준은 "악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악해 보이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가토는 나쁜 사람이 맞아요. 결과물도 나쁘고 과정도 나쁘니까. 그런데 어쩌면 가토도 시대를 잘못 만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절을 잘못 타고 태어난 사람 아닐까. 이게 다 허락이 되는 시대였다는 가토는 다른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잖아요."

전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한 것에 대해서는 "원래 일본어는 전혀 못했다"면서 "일본어가 생각보다 되게 어렵더라. 고어 같은 발음이 남아있다. 아직도 옛날 쓰던 게 남아있는 느낌이 컸다. '이게 말이야?' 하는 느낌. 그런 게 좀 힘들었다"고 전했다.

"생각보다 그런 발음들이 많다"는 그는 "받침이 없다고 하는데 없다고 하면 안 된다. 단음, 장음으로 나눠서 하고 넘어가는 그런 것들이 있다. 촬영 두 달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서 촬영 내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수업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촬영 몇 회 하고 나서 감독님이 마에다랑 이치로는 한국말을 한다고 했다. 일본어만 안 해도 돼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가토는 안 한다더라"라고 덧붙이며 아쉬움을 터놨다.

"처음에는 일본어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어요. 만만하게 봤었죠. 중국어는 기어 들어가서 걸어 나오고 일본어는 걸어 들어가서 기어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실감 나더라고요. 끝까지 파고들면 어려운 말이구나 싶었어요."

한편, '경성크리처'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노한빈 기자 beanhan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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