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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과제로 꼽힌 장타력도 증명했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2023시즌이 끝난 후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빅리그의 문을 두들긴 이정후. 빅리그 절반 이상의 구단들이 관심을 갖고,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을 했던 만큼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몇몇 현지 언론에서는 너무나도 큰 계약 규모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을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당초 지난달 25일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중견수, 리드오프로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그런데 경기를 하루 앞두고 옆구리에 경미한 통증을 느낀 탓에 의도치 않게 이정후의 데뷔전은 미뤄졌다. 하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던 만큼 며칠의 휴식을 취한 이정후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데뷔 첫 타석부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의 특급유망주 조지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는 등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만큼 'MLB.com'은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경기에서 리드오프로 안타를 생산하며 테이블 세팅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겨울 6년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선두타자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며, 6418명의 팬들로부터 멋진 박수를 받았다"고 칭찬,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이정후는 첫 타석 전부터 긴장을 느꼈을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다. 이정후의 중심은 좋아 보였고, 주루도 잘했다"는 등 현지 언론에서는 칭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정후는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우승을 차지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그야말로 폭주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부터 대폭발했다. 이정후는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지난해 8승을 수확한 애리조나의 선발 라인 넬슨과 맞붙었다. 이정후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커터를 커트하며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81.6마일(약 131.3km) 커브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이정후가 친 타구는 무려 99.7마일(약 160.5km)의 속도로 우익수 방면으로 빠르게 뻗어나갔고, 이는 2루타로 연결됐다. 정교한 컨택 능력은 물론 빠른 발까지 자신이 갖춘 '툴'을 첫 타석부터 제대로 뽐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어지는 마르코 루시아노-마이클 콘포토-데이비드 비야로 이어지는 타선에서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두 번째 타석에서 스스로 '해결'했다.
이정후는 0-2로 뒤진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넬슨과 만났다. 이정후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며 파울을 만들어냈고, 2~3구 체인지업을 모두 걸러내며 2B-1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여기서 4구째 94.7마일(약 152.4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정후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스윗스팟'에 맞은 타구는 109.7마일(약 176.5km)의 속도로 뻗었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추격의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이정후의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경기 또한 미국 현지에서는 방송 중계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범경기이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날린 짜릿한 순간을 실시간으로 함께할 수는 없었다. 이정후는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인지하지 못한 듯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이내 타구가 넘어가는 것을 본 뒤 속도를 늦췄고, 원정 구장임에도 불구하고 홈을 밟은 이정후를 향해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비거리는 418피트(약 127.4m)를 기록했다.
세 번째 타석의 결과는 아쉬웠다. 이정후는 1-2로 뒤진 6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바뀐 투수 조쉬 그린과 격돌하게 됐고, 0B-1S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바깥쪽 높은 92.6마일(약 149km)의 싱커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두 번째 시범경기를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마치게 됐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1-2로 패했는데, 1점이 이정후가 뽑아낸 유일한 점수였다. 그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는 것이다.
이정후의 훌륭한 활약은 일본 현지 언론도 주목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첫 홈런, 두 번째 타석에서 우월 아치'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통해 이정후의 활약을 짚었다. 매체는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날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끊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호쾌한 아치를 터뜨렸다. 공이 넘어가는 것을 본 뒤 달리는 속도를 늦추며 홈런의 여운을 맛봤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후를 향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정후는 2021-2022시즌 2년 연속 타격왕에 올랐다. 2022년에는 MVP도 차지하는 등 한국의 이치로로 불리는 선수"라며 "밥 멜빈 감독이 부상만 없다면, 개막전에서 1번-중견수로 선발 기용을 공언하는 등 팀의 기대는 높다. 이정후는 이날 한방으로 그동안 과제로 꼽혔던 장타력에 대해서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이정후의 시작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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