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스타일은 공을 많이 보기보다…”
키움 히어로즈의 2023시즌 최대 수확은 20세 주전포수 김동헌 발굴이다. 충암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대표팀 포수로 이름을 날리긴 했다. 그래도 누구도 그가 데뷔 첫 시즌에 1군에서 무려 102경기에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덜컥 발탁돼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최근 리그에서 이런 신인포수는 없었다.
즉, 김동헌은 앞으로 7년을 꾸준히 뛰어도 2031시즌, 겨우 27세에 FA 계약 첫 시즌을 맞이한다. 20대 후반의 공수겸장 포수의 FA 시장에서의 가치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키움은 조용히 ‘초대형 포수 프로젝트’를 출범, 2년차를 맞이했다.
파이팅 넘치는데다 타격 자질이 있다. 수비와 경기운영 등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긴 해도 동년배 포수들보다 뛰어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구단 내부에선 생각보다 더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 키움이 올 겨울 이지영(SSG 랜더스)을 과감히 사인&트레이드로 정리한 것도 김동헌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김동헌은 김시앙과 주전경쟁을 벌이지만, 향후 수년간 주전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른 20대 초반의 포수들보다 앞서간다. 작년 102경기서 타율 0.242를 찍은 게 절대 의미 없었던 게 아니다. 102경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정립할 수 있었다.
김동헌은 지난달 29일 핑둥 CTBC 파크에서 중신 브라더스와 대외 네 번째 연습경기를 마치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내년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는데 결과가 잘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남은 경기 동안 감을 올려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1군에서 1~2경기 나갔던 신인이라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김동헌에겐 너무 소중한 2023시즌이었다. 그는 이날 좌전안타와 좌월 솔로포 한 방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홈런을 친 것보다 자신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충분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김동헌은 “올 시즌은 정규시즌이 조금 빠르게 시작해서 감도 빨리 올리려 하고 있다. 내 스타일은 공을 많이 보기보다 배트를 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휘두르며 감각을 올리고 있는데, 그런 과정이 잘 돼서 연습경기지만 결과도 나오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니 아웃 되더라도 좋은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고 있어 느낌은 괜찮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타율 0.242를 기록했지만, 자신은 애버리지형 타자라기보다 강하게 타격해 장타를 생산하고 클러치능력을 높여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계산을 마친 듯하다. 타격 폼 수정도 그런 방향성을 지키면서 이뤄졌을 것이다.
김동헌은 “폼을 바꿔야 잘 맞는 건 아니다. 새로운 타격폼은 타석에서의 리듬이나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한 폼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폼을 바꾸고도 2안타를 치는 등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가니, 당장 안타 하나, 홈런 하나 못 쳐도 조급할 필요가 없다. 시범경기서 안타 하나 치려고 오버워크 하는, 자리잡지 못한 유망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결국 키움이 김동헌을 잘 뽑았고, 잘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동헌의 방망이가 어떻게 춤을 춰도, 헛스윙을 해도 괜찮다. 키움은 향후 10년간 안방을 책임질 포수를 확실하게 발굴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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