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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헛된 희망이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한국 대표팀으로 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 감독에서 물러난 무리뉴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자 마침 '공석'인 한국 대표팀과 연결시키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는 과거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제자였고, 항상 칭찬하고 아꼈던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그리고 토트넘 감독 시절 영입하고 싶었다며 거친 목소리를 냈던 김민재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란다.
무리뉴 감독.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AS로마까지 토트넘을 제외하고 가는 팀마다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린 스페셜 원. 이런 명장이 한국 대표팀으로 온다면 마다할 리 있겠는가. 두 팔 벌려 환영해야 마땅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 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무리뉴 감독이 한국에 올까? 물론 100%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무리뉴 감독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돈이다. 돈 없이 세계 최고의 명장을 데려올 수는 없다. 자본주의 법칙, 프로 세계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다.
최근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20만 달러(2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무리뉴 감독의 연봉은 얼마인가? 토트넘 시절 1500만 파운드(255억원)를 받았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AS로마에서도 700만 유로(101억원) 이상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2800만 유로(407억원)를 받으며 세계 축구 감독 연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의 적정 연봉으로 250억원 정도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아시아로 온다면 더 줘야 한다. 대표팀 감독에게 연봉 29억을 쥐어주는 한국이 무리뉴 감독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쩌면 돈 보다 더 중요한 감독의 '명예'와 관련돼 있다. 냉정하게 말해 세계 최고의 명장은 아시아로 오지 않는다. 최고의 무대 유럽 혹은 세계 최강의 대표팀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유럽을 떠나 아시아로 향한다. 세계적 감독이 아시아로 온다는 건 그의 가치는 떨어졌고, 유럽에서의 생명력은 끝났다고 판단한다.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AS로마에서 경질되기는 했지만, 무리뉴 감독이 전성기에서 완전히 떨어진 감독인가. 아니다. 여전히 유럽의 많은 클럽들이 원하고 있다. 이런 감독이 감독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시아로 온다고? 돈과 명예를 모두 잃을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국 대표팀을 찾은 외국인 감독을 봐도 이 공식에 맞아 떨어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까지 지휘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겪었고, 중국으로 밀려났다. 중국에서도 실패하며 위기를 겪었고, 한국 대표팀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말해서 뭐하겠는가. 맡는 팀마다 모두 망한 능력을 뽐냈다. 거스 히딩크 감독. 2002 월드컵 개최지라는 엄청난 명분이 있었고,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더해진 영입이었다. 특별한 케이스였다.
아시아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라면 가능하다.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은 정점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럽 빅클럽을 지도했던 지도자. 그가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그의 연봉은 2800만 달러(377억원)다. 과거 중국도 가능했다.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중국 광저우 헝다를 지휘할 때 받았던 연봉은 2300만 유로(334억원)였다.
아시아가 명장을 모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처럼 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이 무리뉴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중국 클럽들이 많은 세계적 명장들을 영입할 수 있었던 힘도 결국 돈이었다. 아시아가 그들에게 큰 돈을 주는 이유는, 명예를 잃을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대가다. 한국 대표팀, 대한축구협회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
돈이 없다면 무리뉴 감독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재능기부'다. 무리뉴 감독이 아시아 축구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조제 무리뉴 감독과 손흥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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