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오열을 하거나 그런게 아니었어요"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30일 " LG 트윈스 내야수 손호영과 투수 우강훈 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타격 능력을 갖춘 우타 내야수 뎁스 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31일 경기 전까지 팀 타율 0.22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시범경기 중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고 않고 있는 상황. 외야진들의 경우 분전을 하고 있는 편이지만, 팀의 중심이 돼야 할 노진혁과 김민성 등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내복사근 파열로 인해 부상으로 이탈한 한동희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진 롯데가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지난해 단장을 비롯해 사령탑이 교체될 때부터 우타 내야수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왔다. 한동희가 개막전부터 빠지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지만, 어차피 6월부터 군 복무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우타 내야수에 자원 영입을 고려해 왔다. 이 때문에 롯데는 스토브리그 막바지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을 영입하기도 했는데, 한동희가 부상을 당하면서 고민을 해결해야 할 시기가 더 앞당겨졌고, 개막 5경기 만에 움직임을 가져갔다.
롯데가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던지는 군필 사이드암 '파이어볼러'를 내주면서까지 손호영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타자에 대한 갈증과 장타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롯데는 미래보다는 현실을 바라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6년 동안 밟지 못했던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쥐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LG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손호영에게 거는 기대감은 결코 작지 않다. 이는 손호영 입장에서는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30일 경기에 앞서 "손호영은 파워도 있고, 우타자로서 발도 빠른 편이다. 항상 기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런데 LG에서는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염경엽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 시범경기를 들어가면서부터 팀 방망이가 워낙 맞지 않았다. 내야 우타자 쪽에서 (김)민성이와 정훈이 있지만, 주력 타자들 대부분이 좌타자다. 나도 꾸준히 봐왔지만, LG에 있던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손호영을) 추천하더라. 손호영이 2루와 3루가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3루수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호영에게는 굉장히 바쁜 몇 시간이었다. 전날(30일) 갑작스럽지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손호영은 LG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짐을 챙겨 부산으로 이동했다. 워낙 짐이 많았던 탓에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31일 경기에 앞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훈련을 소화한 뒤 고영민 코치와 함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사인'을 맞췄고, 3루수 6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취재진과 인터뷰 시간을 갖기도 했다.
훈련을 마치고 사인을 맞추는 시간까지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난 손호영은 '트레이드 소식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처음이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형들과 마지막에 인사를 할 때는 조금 슬프더라. 트레이드가 됐다고 하니 LG 모든 선수들이 아쉬워하더라. (김)현수 형, (오)지환이 형, (박)동원이 형, (박)해민이 형을 비롯해 후배들도 모두 아쉬워하니 더 울컥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5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호영은 '눈물'에 대한 해명의 시간도 가졌다. 손호영은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뒤 눈물을 쏟아냈다는 후문. 이에 손호영은 "그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다. 살짝 눈물이 고인 정도였다. 오열을 하거나 그런게 아니었다. 글썽거렸던 것이다. 이제 떠난다고 하니, 마지막에 인사를 할 때 울컥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내 "그냥 운 것으로 하시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갑작스럽게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지만, 팀 적응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즐비한 까닭. 손호영은 "처음에 (김)민성이 형이 전화를 주셨고, 다음에 (유)강남이 형도 연락이 왔다. 그리고 임훈 코치님, 김민호 코치님도 계신다. 그래서 부산으로 내려올 때 기분 좋게 내려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색하지는 않지만, 내가 먼저 선배님들 잘 모시고, 동생들에게 잘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손호영도 이번 트레이드가 자신에게는 기회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김태형)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이제는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부산에 오면서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LG에서는 자리가 거의 없어지는 쪽이었는데, 다시 좋은 기회가 왔으니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욕심을 내거나 급해지면 안 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데려오셨지만, 그 때문에 더 부담을 느끼면 안 될 것 같다. 늘 하던 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LG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손호영, 현재 컨디션은 어떨까. 그는 "1군 캠프를 가지 못해서 2군 캠프로 합류해 잘 준비했다. LG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부상 없이 잘 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재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보여주려고 했던 것 때문에) 부상을 당하는 등 잘 안됐던 것 같다. 너무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다. 볼이 오면 치고, 잘 잡도록 하겠다"며 "일단 주눅 들지 않게 야구를 할 것이다. 항상 그것만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긴장을 해도 티를 내지 않겠다. 거침없이 야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손호영은 "LG 팬분들께서 SNS를 통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롯데 팬분들도 환영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 LG를 떠났지만 기분 좋게 올 수 있었다. 나와 트레이드가 된 우강훈 선수의 팬분들도 많겠지만, 서로 잘 된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롯데로 왔으니 내가 조금 더 잘하는 걸로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일단 손호영은 데뷔전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에서 직선타를 낚아채는 것을 비롯해 강습 타구에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롯데는 31일 경기의 패배로 인해 개막 이후 세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과연 손호영이 롯데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기회가 생긴 만큼 정말 실력으로 증명을 해야 할 때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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