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후회 없이 준비했고, 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박승욱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유역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분명 공격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활약이었다. 박승욱은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1-2로 근소하게 뒤진 4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쿠에바스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고, 이는 동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승욱은 3-4로 뒤진 6회초 1사 1,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이번에도 쿠에바스를 상대로 139km 커터를 공략해 좌중간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하지만 경기 막판부터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2사 1, 2루의 역전 찬스에서 박영현에게도 삼진으로 침묵한 것. 그리고 9회말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김상수의 땅볼 타구에 포구 실책을 범했고, 결국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경기 중반까지는 만점 활약을 펼쳤으나, 경기 막판의 아쉬운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결코 웃을 수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됐다. 하지만 올해 박승욱의 활약을 고려하면 결코 돌을 던질 수 없다. 지난 2021시즌이 끝난 뒤 KT와 작별하게 된 박승욱은 롯데와 손을 잡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입단 첫 시즌에는 100경기에 출전해 45안타 1홈런 16타점 29득점 타율 0.227 OPS 0.59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박승욱은 2루수와 3루수, 유격수까지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등 123경기에 출전해 83안타 30타점 37득점 타율 0.286 OPS 0.733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도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멀티맨'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3월 7경기에서 타율 0.111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더니, 4월 한 달 동안에도 6안타 타율 0.171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형 감독은 박승욱을 단 한 번도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았다.
사실상 내야 모든 포지션을 맡아줄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자원이었던 까닭. 특히 '50억 유격수' 노진혁을 비롯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민성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거듭하며 1~2군을 오가는 상황에서 박승욱까지 내려보낼 수 없었다. 롯데 내야 뎁스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지만, 그만큼 사령탑의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잘 맞은 타구들을 유독 많이 생산했었기 때문이다.
박승욱은 5월부터 그 믿음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3~4월 2루수와 유격수, 3루수 등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전전하던 박승욱은 5월부터 주전 유격수로 중용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22안타 2홈런 7타점 10득점 타율 0.344 OPS 0.891로 펄펄 날아올랐다. '캡틴' 전준우와 정훈, 노진혁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1군에서 빠져 있는 가운데, 그 공백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공격에서 큰 힘이 됐다. 5월 일정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타구속도는 팀 내 1위에 해당될 정도였다.
그리고 6월에도 좋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박승욱은 21일 경기 개시 전을 기준으로 19안타 1홈런 10타점 11득점 타율 0.317 OPS 0.831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 비록 20일 경기에서 9회말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지만, 박승욱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50억 유격수' 노진혁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0.080에 불과했던 타율은 어느새 0.277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즌 초반 잘 맞은 타구들이 많았음에도 결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박승욱이다. 그는 "시즌 초반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는 게 없진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한 시즌은 144경기이고, 많은 경기에 나가야 되기 때문에 컨디션을 찾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연습할 때도 원래 하던 대로 준비를 하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해 KT 위즈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만큼 쫓기는 마음은 컸다. 박승욱은 "솔직히 결과가 안 나와서 불안했다. 잘 맞은 타구들이 조금 빠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타이밍이 괜찮은 것 같다', '다음에는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 주시니,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내 루틴대로 운동했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초반에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덤비고 갖다 맞추는 것이 많았다. 그때 감독님께서 '원래 치는대로 치면서 결과가 안 나오면 컨디션이 좋아졌을 때 감이 잡히는데, 계속 결과를 내기 위해 쫓다보면 무너진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심리적인게 가장 컸다"며 결국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경기력과 별개로 박승욱은 주축 선수들이 빠진 기간,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나승엽은 최근 인터뷰에서 "(박)승욱이 형을 필두로 (고)승민이 형, (손)호영이 형, (황)성빈이 형, (윤)동희가 (전)준우 선배와 정훈 선배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승욱은 "준우, 훈이 선배님이 다쳤을 때 라인업을 보니, 나와 (유)강남이가 가장 고참이더라. 아무래도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한마디씩 해준 게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며 "사실 이끌었다기 보다 다 같이 열심히 해야 되는 입장이라서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20일 경기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박승욱은 올해 롯데가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을 극복하고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박승욱은 "이전의 많은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방법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올해 목표는 가을야구다. 많은 경기에 나가서 좋은 경기를 해야 팀이 가을야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후회 없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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