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관련 전문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대학도 지속가능경영 관련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국내 대학 ESG 교육은 대부분 대학원이나 최고경영자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내용이 주로 ESG 개념 소개와 산업 동향 파악에 초점을 두어 실무에 필요한 역량 개발까지는 미흡한 수준이다. 커리큘럼도 이론 중심으로 구성되어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지식과 기술 습득에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설상가상 그 과정이 기존 학과전공의 교수 겸무 형태로 운영되어 교육 깊이가 제한된다. 각 학문 분야 교수가 자신 전공 분야의 급변하는 지식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ESG 영역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시기와 시장변화의 시차 관점에서 보면, 현 대학 교육 특성상 최근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이슈만을 가르친다면, 졸업 후 변해 있는 시장 상황에 깊이 있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다. ESG 관련 정책과 규제 적용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대학은 현재 이슈뿐 아니라 미래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 유수 대학은 이런 특징을 고려해 ESG를 실무적인 역량 개발 영역에서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ESG 선도국으로서 교육도 강점을 반영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은 ESG 투자 분석, 기후 금융 등 산업 수요가 높은 분야에 특화된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와 교수가 협업하여 설계한 교과과정은 ESG 공시, 기후 리스크 평가, 탄소 회계 등 지속가능성 평가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기업 연계 프로젝트로 실제 지속가능 보고서 작성, ESG 데이터 분석 경험을 쌓고 있다.
미국은 ESG 정책 측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대학 교육에서는 유럽과 비교해 매우 앞서 있다. 하버드대학은 ESG 컨설팅, 지속가능 투자, 기후변화 대응 전략 등 세분화 된 교육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ESG 책임자와 컨설턴트가 참여하는 실무 교육으로 SBTi 기반 감축목표 설정, ESG 평가 모델 개발 등 시장 수요에 맞춰 학생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UCLA에서는 ESG 데이터 사이언스, 임팩트 측정, 순환경제 모델 설계 등 신규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대학 교육 방향성에서 볼 수 있듯이 ESG 분야는 다양한 전문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인재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ESG 시장은 다양한 전문 분야로 세분화 되고 있다. 기업 탈탄소화 전략에 필수적인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계된 탄소 회계와 감축 시나리오 관련분야, 탄소 감축 외에 TNFD 출범과 함께 생물다양성 분야도 ESG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ESG 데이터 플랫폼, 순환경제 모델, ESG 금융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학 교육이 실효성 있는 ESG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의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현장 전문가가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ESG 책임자, 컨설턴트, 투자 분석가 등이 교수진과 공동으로 강의하는 방식을 도입해야겠다. 이로써 학생은 최신 시장 트렌드와 실무 지식을 습득하고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둘째,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확대해야 한다. 학생이 실제 기업 ESG 이슈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이론적 지식의 실제 적용 능력을 강화하고 팀워크,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ESG 실무에 필수적인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다.
셋째,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전문화된 ESG 교육 트랙을 개발해야 한다. ESG 공시, 기후 리스크 관리, 사회적 임팩트 측정, 데이터 분석 등 세분화 된 트랙으로 학생이 특정 영역에 심층적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ESG 시장에서 각 분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ESG 논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인재 풀이 두텁게 형성돼야 한다. AI 인재 양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처럼, ESG 분야에서도 전략적인 인재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
ESG 시장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학은 미래 ESG 시장을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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