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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고마웠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저스틴 벌랜더는 2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8구,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으나, 또다시 첫 승과 연이 닿지 못했다.
200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손에 넣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 정규시즌 MVP, 세 번의 사이영상을 수상, 메이저리그 통산 262승을 수확한 벌랜더는 올 시즌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약 21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야속한 세월의 탓일까. 벌랜더는 이날 경기까지 명성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지난달 30일 신시내티 레즈와 데뷔전에서는 5이닝 2실점(2자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손에 넣지 못하더니, 5일 시애틀 매리너스(2⅓이닝 3실점), 10일 신시내티(5⅔이닝 6실점), 1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5⅔이닝 4실점)전까지 승리와 연이 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섯번째 등판이었던 21일 경기는 분명 달랐다.
벌랜더는 6이닝을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이적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불운이 들이닥쳤다. 첫 승 수확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마무리 라이언 워커가 4-1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4-5로 충격의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날 벌랜더가 찬사를 보낸 이가 있었다. 바로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이날 불운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던 이정후는 에인절스 선발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세 번을 맞붙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쿠치가 강판된 후에는 좌익수 방면에 안타성 타구를 쳐냈지만, 호수비에 고개를 숙였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101.1마일(약 162.7km)의 강습 타구가 1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는 등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공격에서 팀의 승리에 기여하진 못했지만, 이정후가 존재감을 뽐낸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수비였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근소하게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루이스 렝기포가 저스틴 벌랜더와 무려 10구 승부 끝에 중견수 방면에 타구를 보냈다. 안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던 타구. '베이스볼 서번트'에서 기대 타율은 무려 0.870에 달했다.
여기서 이정후가 날아올랐다. 이정후는 내야 방면으로 빠르게 대쉬 한 뒤 몸을 날렸고, 렝기포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수많은 경험을 쌓았던 벌랜더도 이정후의 수비에 감탄한 모양새. 벌랜더는 오른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이정후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고, 타자 주자였던 렝기포는 허탈하게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정후의 이 수비 하나에 벌랜더는 경기가 끝난 뒤 승리를 챙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에 따르면 벌랜더는 호수비를 펼친 이정후를 향해 "대단했다"며 "선두 타자를 잡아낸 것이 경기 전체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정말 고마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이날 경기의 붕괴는 샌프란시스코에게 뼈아팠다. 왜냐하면 벌랜더가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면서도 "42세의 벌랜더는 단 한 점만 허용했으며, 수비진으 도움도 받았다. 특히 이정후가 루이스 렝기포의 빠르게 가라앉는 타구를 다이빙캐치한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다섯 번이나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지만, 단 한 번의 수비로 존재감을 뽐낸 이정후. 이런 것들이야 말로 이정후가 고평가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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