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올해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이 '간판타자'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와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인종차별 문제로 커질 우려까지 있어 보인다.
아쿠나 주니어는 최근 자신의 SNS에 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이후 글을 삭제했다. 해당 내용은 "내가 그랬다면 경기에서 제외됐을 텐데"라는 문구였다. 아쿠나 주니어가 날선 반응을 보인 이유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란타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맞대결에서 나온 한 장면이 발단이었다.
마이클 해리스 2세의 홈런을 바탕으로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제러드 켈닉이 미네소타의 시메온 우즈 리차드스를 상대로 2구째를 공략, 우익수 방면에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한 방. 그런데 이 타구가 우측 담장 최상단을 직격한 뒤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때 켈닉이 타구를 지켜보느라 주루플레이를 허술하게 했고, 2루에서 아웃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쿠나 주니어는 이를 두고 SNS에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쏟아냈던 것이었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현재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아쿠나 주니어는 지난 2019년 8월 홈런성 타구를 때려낸 뒤 타구를 지켜보다가 아웃이 된 전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일 켈닉이 보였던 행동과 똑같았던 셈. 당시 스닛커 감독은 곧바로 아쿠나 주니어를 교체시켰다. 2019년은 아쿠나 주니어가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시즌. 당시 스닛커 감독은 "그는 뛰지 않았다. 뛰어야 한다. 이 팀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다. 팀을 실망 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쿠나 주니어의 경우 전력질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책성 교체를 당했지만, 켈닉의 경우 그대로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다. 이에 뿔이 난 아쿠나 주니어가 SNS를 통해 스닛커 감독을 비꼬은 셈이다. 아쿠나 주니어는 해당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현재는 게시물을 삭제한 상황.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켈닉을 교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미국 '디 애슬레틱'은 인종차별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스닛커 감독은 2019년 8월 아쿠나 주니어가 타구를 홈런으로 착각해 전력 질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기 도중에 그를 교체시킨 바 있다. 또 2019년 7월에는 엔더 인시아테, 2023년 6월에는 마르셀 오수나를 허슬 부족을 이유로 뺀 전례가 있다"며 "세 선수 모두 라틴계이고, 켈닉은 백인이다. 그리고 스닛커 감독도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일을 인종차별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령탑이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디 애슬레틱'은 "야구계에서 스닛커 감독은 선수들과 관계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쿠나 주니어와 오수나 또한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물론 인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업지만, 일부는 이 사안을 인종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팀 내에 라틴계 선수가 약 1/3을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균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이 인종차별 문제로 번지고 있는 이유로는 단순히 켈닉을 교체하지 않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스닛커 감독이 해당 문제가 일어난 뒤에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했던 행동이 더욱 의문을 만들어냈다. '디 애슬레틱'은 "스닛커 감독은 '허슬 부족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당시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런 모습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지만, 켈닉이 애틀란타 더그아웃 앞을 지나쳐 1루로 향했던 상황에서 그 말을 믿긴 어렵다. 트루이스트파크 전광판에도 리플레이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도 스킷거 감독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걸까? 켈닉의 행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선수들은 종종 타구를 끝까지 쫓지 않는다. 다만 이번 켈닉의 경우 6회 동점 상황에서 아웃이 됐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는 절대 그런 플레이가 나오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켈닉은 "내가 2루까지 갔어야 했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스닛커 감독은 아직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다.
이에 '디 애슬레틱'은 경솔하지만 SNS에 작심발언을 올린 아쿠나 주니어를 두둔했다. 매체는 "아쿠나 주니어의 SNS 글은 감정에 휩싸인 순간의 반응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감독에게 가장 반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일관성이 없는 처사"라며 "스닛커 감독은 켈닉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판단을 보였고, 아쿠나 주니어가 이번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선수단이 느끼기게 인종차별 문제로 번질지는 미지수. 하지만 스닛커 감독은 분명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지 않은 처사를 내렸고, 이에 '간판타자' 아쿠나 주니어의 감정이 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