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마 김도영이 0도루로 시즌을 마쳐도 좋다는 심정일 것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도루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다. 도루를 하다 부상 위험성이 커지고, 실제로 다치면 도루 1~2개를 하는 것보다 훨씬 큰 손해라는 지론이다. 올해 KIA 타선이 고전하지만, 객관적 이름값과 무게감을 보면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쳐서 해결하면 되는데, 굳이 부상 위험성이 있는 도루를 자주 시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3월22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서 좌측 햄스트링을 다친 뒤 1개월만에 돌아온 김도영의 도루 봉인해제를 쉽게 결단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김도영은 놀랍게도 복귀 후 1개월이 흘렀는데도 도루 시도 0이다. 당연히 성공과 실패 모두 0.
김도영은 공개적으로 이범호 감독에게 도루 사인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뛰게 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시즌의 3분의 1지점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많다. 김도영이 굳이 적극적으로 안 뛰어도, 다른 타자들의 십시일반으로 팀 공격력을 유지하면 된다. 김도영이 방망이와 수비로만 기여를 해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극단적이지만, 만약 김도영이 올해 도루를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김도영의 가치가 안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이미 김도영이 증명했다. 김도영은 18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서 매우 재치 있는 플레이를 했다.
2-2 동점이던 5회말 2사 2루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계속된 2사 2루서 최형우가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이때 김도영은 3루를 밟지 않고 홈으로 향하다 급히 방향을 돌려 3루를 점유했다.
두산 좌익수 조수행이 이를 확인하고 유격수 오명진에게 천천히 공을 넘겼다. 오명진도 공을 받자마자 잠시 방심했다. 김도영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오명진이 뒤늦게 홈에 송구했으나 늦었다. 기록원들이 두산에 실책을 주지 않았다. 김도영의 대단한 재치였다.
꼭 도루를 하지 않아도 발야구를 할 수 있다. 허를 찌르는 공격적인 주루는 언제든, 누구든 할 수 있어야 한다. 야구센스가 좋은 김도영이라면 언제든 발야구로 경기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걸 그 경기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김도영은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도루와 함께 헤드퍼스트슬라이딩과 3루타 자제령까지 받은 상태다. 최대한 다리를 보호해 더 이상 남은 경기 결장 없이 완주하자는 의지다. 그럼에도 김도영의 발야구 본능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김도영은 도루가 아니더라도 발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KIA를 이길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못 말리는 야구천재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