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25 발야구가 더 무섭다.
한화 이글스가 21세기 들어 팀 도루 1위를 차지한 건 2001년(135도루), 2018년(118도루) 등 딱 두 차례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발야구와 인연이 없던 팀이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풀타임 첫 시즌인 2025년, 다시 한번 팀 도루 1위를 내달린다. 60도루로 56도루의 SSG 랜더스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김경문 감독은 확실히 도루를 즐기고,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장려하는 스타일이다. 올해 타선의 객관적 짜임새가 1위 경쟁을 펼치는 LG 트윈스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올 시즌만 보면 롯데 자이언츠의 응집력이 한화보다 훨씬 좋다.
즉, 올 시즌 한화는 부족한 득점력을 김경문 감독 특유의 발야구로 메우는 모양새다. 물론 그 역시 충분한 출루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일단 누상에 나가면 9개구단을 매우 피곤하게 한다. 도루 시도부터 81회로 1위다.
디테일이 살짝 부족하긴 하다. 절대적으로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기도 하다. 도루성공률은 74.1%로 7위다. 그러나 위에서 밝혔듯 배터리, 내야진을 피곤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단순한 볼배합을 유도하고, 타자가 배터라와의 승부에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대전 KT 위즈전도 그랬다. 3-3 동점이던 7회말에만 더블스틸 포함 도루 3개가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3득점, 승부를 갈랐다. 1사 1,2루, 최재훈 타석에서 1루 주자 김태연과 2루 주자 이원석이 각각 2루와 3루로 뛴 게 백미였다. 볼카운트 1B2S서 KT 선발투수 오원석의 4구 체인지업이 몸쪽으로 들어오자 과감하게 실행했다.
좌투수 오원석은 SSG 시절엔 투구폼이 큰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 KT로 이적한 뒤 글러브를 올렸다 내리는 동작의 폭을 줄이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았다. 올 시즌 맹활약의 비결 중 하나다. 그렇지만 결국 한화 전력분석과 주루 파트에서 오원석을 잘 분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결정적 순간 매우 작은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물론 올 시즌 한화에는 리그 탑클래스 수준의 대도가 없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선수가 뛴다. 상대를 더 피곤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2001년과 2018년의 경우 김수연과 이용규(키움 히어로즈)가 각각 42도루, 30도루로 팀에서 확실하게 도루 리더 역할을 했다. 김수연은 2001년 리그 도루 2위였다.
올해도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13도루로 리그 4위이긴 하다. 플로리얼은 최근 타격감이 많이 올라오면서 도루할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선 이원석이 11도루, 이젠 중심타선에 자리잡은 문현빈이 10도루를 각각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노시환이 9도루라는 점이다. 통산 30도루에 불과한 노시환은 올해 생애 첫 두 자릿수 도루를 예약했다. 최근 타격부진으로 뛸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옥에 티다. 노시환이 주춤해도 한화의 도루는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 한화에서 도루를 1개라도 성공한 선수가 무려 15명이다. 발 느린 이재원도 도루를 한 차례 했다.
기본적으로 김경문 감독이 열심히 뛰는 야구를 선호한다. 열심히 뛰다가 아웃되는 것은 아무런 언급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과거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를 강팀으로 만든 배경 중 하나였다. 한화도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경문 감독 부임 1년만에, 한화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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