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부른 K팝이 진정한 한류일까?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 가수가 일본어로 부른 노래도 진정한 한류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 내 K팝 가수들의 인기와 영향력은 10여 년 전과만 비교해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K팝 가수의 오리콘차트 1위 등극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한국에서 발표한 노래가 일본 팬들 사이에서 인기 끄는 경우도 허다하다.

몇몇 K팝 가수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발표한 노래를 일본어로 번안해 새롭게 발표하고, 아예 일본 팬들만을 겨냥한 일본어 신곡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작전인 셈이다.

K팝 가수들의 승승장구는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에선 아쉬움도 있다. 일본어로 번안한 곡 혹은 애당초 일본어로 발표한 노래의 인기까지 자부심 있는 한류라고 말하기 힘든 탓이다.

음률과 가사는 한 노래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두 요소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음률을 따라 입 안의 가사가 춤을 추며 노래의 매력, 시쳇말로 '중독성' 있는 노래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인 가사를 한국어에서 일본어로 바꾼다면 노래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같은 의미일지언정 한국어 가사가 음률을 만나 빚은 감성과 일본어 가사에서 비롯된 감성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문학작품의 경우와는 또 다르다. 이들 작품은 언어의 의미가 통하지 않으면 공감이 불가능한 반면 노래는 언어의 의미가 통하기 전, 곡조의 울림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

2012년 발표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 히트가 의미 있고 놀라웠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한국어로 된 노랫말인 데도 전 세계 사람들을 흥겹게 춤추게 했다는 점이다.

또한 반대로 일본 가수 혹은 미국이나 영국의 가수가 자신들의 나라에서 발표한 노래를 한국 팬을 위해 따로 한국어로 번안해 새로 발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K팝 가수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일본어 노래가 썩 반길 일만은 아니다.

전 세계 음악 시장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현 시대에 한국어의 고집만이 분명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어를 버리고 일본어를 취하면서까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유념해야 한다.

[K팝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림콘서트의 한 장면(사진 속 가수들과 기사 내용은 무관합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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