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으로 열린 평양 남북전, 북한의 험악한 고성만 가득했다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외로운 싸움을 한 영상이 공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재진에게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경기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과 북한은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러 0-0으로 비겼고 당시 생중계는 불발됐다.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에서 4만명 이상의 북한 관중이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한측은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평양을 떠나기전 북한측으로부터 경기 DVD 영상을 전달받은 축구협회가 17일 전후반 90분을 전체 공개한 영상에는 "전쟁치르듯이 하고 왔다"고 이야기한 최영일 단장의 말처럼 거친 경기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국과 북한이 경기를 치른 김일성경기장은 관중석이 텅텅 비어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 초반부터 양팀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을 펼쳐지기도 했다. 전반전 초반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파견된 경기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켜 경기를 진행시키기도 했다. 북한측이 제공한 DVD 영상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는 "나상호가 파울을 했는데 파울 당한 선수와 충돌하기 직전 황인범이 볼 주위로 왔다. 그 상황에서 황인범이 안면을 가격 당했다. 황인범이 맞아 양팀 선수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황인범은 심판에게 맞았다는 것을 어필했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대결에서는 평범한 볼 경합 장면에서도 거친 플레이가 난무하기도 했다. 전반 초반 이후에도 양팀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전반 35분 김문환의 드리블 돌파 상황에선 북한의 리영직이 백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38분에는 김문환과 충돌해 쓰러진 북한의 한광성이 곧바로 김문환에게 달려든 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이 평양 한복판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른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거친 승부를 펼친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험악한 고성도 끊이지 않았다. 북한 벤치는 북한 선수들이 경합장면에서 쓰러질때 마다 고함과 함께 험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양팀 선수단이 욕설을 주고받는 장면도 영상에 담겨있었다.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17일 오전 귀국 후 북한전에 대해 "누가봐도 거친 상황들이 있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상대 작전일 수도 있다. 다른 경기보다는 예민했다"며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 어떤 말이었는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단과 함께 평양에서 돌아온 최영일 단장은 "전쟁 치르듯이 경기를 했다. 상대는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선수들이 부상 당하지 않은 것은 만족스럽다"며 "어려운 환경속에서 선수들이 잘 싸웠고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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