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남 NO·무신론·'기생충' 자부심"…'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솔직한 고백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박혁권(49)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박혁권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기도하는 남자'(감독 강동헌)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해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및 배우 박혁권에 대한 각종 이야기를 공개했다.

'기도하는 남자'는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가장 처절한 선택을 쫓는 작품.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목사 태욱은 설상가상으로 아내 정인으로부터 장모(남기애)의 수술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믿음에 어긋나는 상상으로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물의 심리를 끈질기게 쫓는 강동헌 감독의 데뷔작으로 지독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꼬집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상영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박혁권은 지독한 경제난으로 인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 역할을 맡았다. 그는 출연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에 감정 라인이 잘 살아있었고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히며 "신인 감독님이긴 하지만 이창동 감독님과 '밀양' 등 여러 작품에서 촬영부로 활동하셨다. 배우들은 감정적인 면이나 시간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감독님이 촬영부 출신이라 현장 진행이 아주 빨리 됐다. 일단 저예산이지 않나. 효율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저는 좋았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과 관련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박혁권은 "대본상에서는 방언 느낌으로 그려졌다. 저는 방언을 한 걸 본 적도 없다. 동영상을 찾아보긴 했는데, 제가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지 계시보다는 그냥 자신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그래서 못하겠다 싶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테이크를 굉장히 많이 갔는데 최대한 정신 나간 장면들로 엮어주셨더라. 촬영할 때보다는 더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극중 역할과 달리 무신론자라고 밝힌 박혁권은 "저는 의심이 많다. 배우를 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사실 사람을 공부하는 일이지 않나. 심리나 행동을 분석해야 한다. 던져주는 대로 믿어버리면 '왜'라는 물음을 잘 못 찾는다. 행동의 근거를 찾아내야 하니까 의심이 많아졌다. 작업하는 단계에서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박혁권은 "인물이 처한 상황은 진지한데 그 안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건 편집에서 많이 걷어내신 것 같다. 대리운전을 하다가 지갑을 훔치는 장면도 진지하지만 우스꽝스럽지 않나.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뭐야' 싶었을 거다. 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웃긴 했다. 웃기고 싶었는데 실패한 느낌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전라 노출까지 감행했던 박혁권은 "그걸 찍을 때 뱃살이 너무 많이 쪘다. 너무 신경이 쓰였다. 예쁘게 찍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 장면에서 원했던 목표를 배가 가져갈 수도 있다. 영화를 보다가 '배 좀 봐'라고 하면, 인물의 감정과 상황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배만 생각이 나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래서 그 전날부터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보면 배밖에 안 보인다. 그것도 사실 뺀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파격적인 전개와 자본주의 앞에 무릎 꿇은 목사를 그려내 문제작으로 떠오른 '기도하는 남자'에 일각에서는 기독교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냐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혁권은 "그래서 작품 선택할 때 망설여졌다. 대한민국에서 개신교 건드리면 안 된다. 개신교를 적으로 두면 제 앞으로의 배우 인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더니 "처음엔 꼭 목사님으로 가야 하나 싶었다. 영화감독이나 직업적으로 자리를 확실히 못 잡은 직업이면 상관이 없을 것 같았는데 또 굳이 목사님이 아닐 이유도 없었다. 직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사람 자체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박혁권은 지난 1993년 극단 산울림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왔다. 그러다 드라마 '펀치'와 '육룡이나르샤'에 출연하며 대체불가능한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초인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녹두꽃', 영화 '터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장산범'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약상을 펼쳤다.

그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다. 박혁권은 "저희도 고정수입이 없고 순간의 수입으로 생활을 해야 한다. 그 정도로 여유 있게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 부자들을 만나 봐도 돈이 없다고 하더라. 돈은 얼마가 되도 모자란 것 같다. 저도 예전에 비하면 수입이 많아졌는데,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입담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이걸로는 내 욕심을 채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다만 극중에서는 기본적인 생활도 안 될 수준이다. 금전적인 문제로 치료를 못하지 않는 이상 벌이에 스스로 만족하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연기를 너무 못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엄청 울었다. 본 건 많아서 막 하긴 하는데 하면 그렇게 안 나온다. 답답해서 나가면서 눈물을 쏟는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대학로에 나와 연기를 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몇 년 간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일찍 관두면 미련이 생겨서 다른 생활을 하다가 다시 넘어올 것 같았다. 그래서 확실히 내가 이 쪽이 아니란 걸 깨닫고 관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었다. 이제는 쉽게 취직될 나이도 아니라 하던 걸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연신 솔직한 말로 폭소를 안겼던 박혁권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아직도 2G폰이다. 번호도 017로 시작한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에게 불편함은 없냐고 묻자 "저는 없는데 단체 채팅방 등은 미안하다. 그럴 땐 누가 확인하고 저한테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있긴 하다. 그건 검색하거나 내비게이션을 볼 때 쓴다. 카카오톡을 깔았는데 너무 대화가 많았다. 사람들이 쓸데없는 연락을 많이 한다. '뭐해?'라는 연락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목적을 밝히라고 한다"라고 전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작품에 대한 소신도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다 선택할 것 같은 대본은 선택하지 않는다. 재미없다. 남들과 똑같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제가 흥미를 못 느낀다. 획기적인 걸 하고 싶다. 창의적으로 하면 좋긴 한데 능력이 따라갈지 모르겠다"라며 "일부러 독특한 걸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독특한 걸 추구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경우도 많아지지 않나. 기본적으로는 보편적인 걸 추구한다"라고 전했다.

종종 기혼남으로 오해를 받는다던 박혁권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넌지시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류현경과 부부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저는 아직 결혼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지인을 만나면 웃기다. 부부네 집에 놀러 가면 자기들끼리 싸운다. 그러면서 '넌 결혼 안 하냐'라고 한다. 그러면 싸우지를 말든가. 자기들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으면서 나도 당해보라는 건가 싶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 더 애틋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욕을 많이 먹겠다"라며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같이 생활하는 게 자신이 없다. 공간 등 여러 가지를 공유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이런 걸 보고 혼기를 놓쳤다고 하는 건가. 나는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에서 섭외가 온 적도 있다. 결혼을 안 했다고 하니 죄송하다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더했다.

무엇보다 박혁권은 최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를 빛낸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언급하며 뿌듯함을 드러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이번에 '기생충'에서 (이)정은이 누나 연기를 보고 쇼크를 먹었다. 정말 고마웠다. 자극제로도 많이 느껴졌다.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 스스로도 채찍질을 할 수 있는 기운을 받았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국뽕'이라기보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국 작품이 아카데미 영화제의 격을 높여줬다고 본다. 그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해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우리에게 아카데미상을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다. 자기들도 우리나라에 상을 주면서 세계적인 영화제가 되지 않았나.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영화시장에 기여를 했다는 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며 "저도 할리우드 진출 욕심이 있긴 하다. 큰 영화는 아니더라도, 큰 시장에 나가보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기분 좋은 욕심을 드러냈다.

한편, '기도하는 남자'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사진 = 랠리버튼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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