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2010년 여름 정통 호러 장르를 표방한 유일한 영화 ‘폐가’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10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첫 공개된 ‘폐가’는 시사회 직전 무대인사를 통해 감독과 배우들이 “첫 영화이니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는 말이 너무나 와 닿는 영화였다.
‘폐가’의 주된 스토리는 간단하다. 3명의 다큐멘터리 방송팀과 3명의 폐가 동호회 회원들이 경기도 모처의 한 폐가를 찾아갔고,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결국 이들이 촬영한 카메라의 영상을 복원하면서 공개되는 충격적인 영상을 담은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는 미국에서 10여년 전 개봉한 첫 ‘페이크 다큐’ 영화 ‘블레어 윗치’와 너무 흡사하다. ‘블레어 윗치’의 숲이 ‘폐가’에서는 경기도의 폐가로 바뀌었고, 실종된 세명의 영화 학도는 6명의 방송팀과 호러 동호회원으로 바뀐 것뿐이다.
1999년 개봉한 ‘블레어윗치’는 ‘페이크다큐’라는 혁신적인 장르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정적인 영화 장면이 아닌 기동성 있는 카메라를 이용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 그리고 영화에서는 사용을 기피해 오던 핸드핼드 기법을 이용해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블레어윗치’의 성공은 이와 비슷한 ‘페이크다큐’의 장르 영화를 생산해 냈다. 이후 ‘클로버필드’,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돼 흥행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새로운 장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 ‘클로버필드’ 등의 작품은 스토리 면에서 ‘블레어윗치’와는 차별성을 뒀지만, ‘폐가’는 그렇지 못했다. 마치 ‘블레어윗치’를 10년이나 지난 뒤에 배경을 한국으로 그대로 따온 아류작이라는 의구심까지 든다.
‘폐가’는 2006년 문근영과 김주혁이 주연한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연출한 이철하 감독의 4년 만에 영화 컴백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 감독의 전작 성적은 신통치 못했지만 특유의 영상미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홍보사 또한 색다른 영상을 찍기 위해 Cannon MarkII 5D(24fps)라는 카메라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마치 박찬욱 감독이 톰슨 Viper라는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촬영한 것처럼 새로운 카메라를 이용한 것 인양 밝혔다.
하지만 실체는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DSLR)카메라로 국내에서 스튜디오와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이에서 애용되는 캐논 EOS 5D MarkII의 동영상 기능을 빌린 것에 불과했다.
빛이 적은 저조도에서 열화(노이즈)가 생기는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은 ‘폐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스틸샷의 전환과 흑백과 컬러의 교차 등을 제외한 특수효과 외에는 이 감독이 ‘사랑따윈 필요없어’ 당시 보여주던 색상의 보색을 이용한 영상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한 스틸샷의 전환과 보도자료에서 밝힌 촬영의 편의와 저조도에서 촬영가능한 카메라를 찾기 위해서 DSLR카메라를 이용했다면 HD가 지원되는 6mm DVCAM을 사용을 하지 않은 이유를 오히려 되묻고 싶을 뿐이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적용된 핸드핼드 방식은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음향이 주된 포인트인 호러물이라는 점에서 ‘폐가’는 음악은 없고 지나치게 큰 효과음 만이 전부였다.
스토리의 부재 또한 ‘폐가’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공포를 주는 호러영화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효과 외에도 절체절명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그것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상태에 관객들은 동조한다.
‘폐가’는 그저 주인공들이 죽어나갈 뿐이다. 그 이유는 영화 초반 10분 남짓한 시간에 이미 밝혀질 때로 밝혀졌고, 이후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죽음을 열거하는데 76분을 할애한다.
‘블레어윗치’는 개봉당시 새로운 장르로 한 획을 그은 작품이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 ‘폐가’는 ‘페이크 다큐’로 풀어간 호러영화일 뿐이다.
‘고사2’와 함께 올 여름 개봉되는 2편의 한국 공포영화 중 하나인 ‘폐가’가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오는 19일 극장 개봉 이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사진 = HY 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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