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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김지운 감독의 신작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영화 내용은 약혼녀를 잔혹한 살인마 ‘경철’(최민식 분)에게 빼앗긴 ‘수현’(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비중이나 역할의 강렬함에서 이병헌은 최민식에 미치지 못했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에서 주인공 ‘배트맨’의 크리스천 베일보다는 악당 ‘조커’의 히스레저가 주목 받았던 것처럼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 또한 그런 위치였다.
이병헌이 연기한 ‘수현’은 슬픔 속에 복수를 시작하지만 잔혹한 복수를 행하는 과정에서 자신 또한 ‘악마’로 변해가는 남자다.
하지만 살인마 ‘경철’을 상대로 연이은 폭력을 행사하면서 그 복수의 목적 또한 애매해 지는 순간 ‘수현’은 극 초반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 하는 연인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던 다정한 ‘인간’이 아닌 한 마리 ‘짐승’으로 변해간다.
이병헌은 ‘악마를 보았다’ 러닝타임 2시간20분 내내 슬픔 가득한 ‘수현’의 모습을 묵묵히 연기해 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의 연기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광기에 휩싸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최민식과 상반되면서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과 최민식의 연기는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잔혹한 복수를 그리는 영화의 도구적인 면에서 잔인함과 폭력이 부각되면서 다수의 관객이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법한 작품이다.
이병헌 또한 “영화를 보면서 폭력성 보다는 속에 내제된 드라마를 봐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 였다. 그 또한 영화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다. 잘나가는 한류스타이기도 한 그는 ‘멋있고’, ‘주목 받는’ 배역을 택해 안정을 추구하기 보다는 논란투성이인 처절한 잔혹극 ‘악마를 보았다’를 선택했다.
다수의 스타, 특히 한류스타는 일본 등 다수의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이미지를 차기작에서도 다시 한번 곱씹는 등 팬들이 만든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챗바퀴를 돈다면 이병헌은 ‘쓰리몬스터’와 김지운 감독과의 첫 작품인 ‘달콤한 인생’을 통해 그 전 까지 선보였던 친절하고 성실한 청년이 아닌 새로운 이병헌을 구축하기시작했다.
이후 ‘놈놈놈’에서는 잔인한 악역을 맡아 큰 호응을 얻었으며,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달콤한 인생’의 완전판이라고 할 만큼 처절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놈놈놈’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처럼, 한류스타 이병헌에게 ‘악마를 보았다’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몇몇 일본 매체 관계자들은 “연기는 압도적이지만, 일본 팬들이 바라는 이병헌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수 년간 한류스타로 입지를 굳혀온 이병헌이 이 같은 일본팬들의 반응을 모를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이병헌은 이미지와 인기에 부합하지 않고 배우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고 있다.
각종 논란에도 제작자들은 배우 이병헌을 끝없이 찾고, 주목 받는 것은 그의 이 같은 연기에 대해 욕심이 아닐까? ‘악마를 보았다’의 흥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병헌은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 한 계단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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