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이제는 부딪히고 깨져보려고요”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스타를 꼽으라면 당연히 김태희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미모에서는 당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그녀이지만, 연기력에서는 의문점을 남기는 대중들도 많다. 데뷔 이래 김태희를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은 전작에 비해 발전했다는 평을 들었던 2009년작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김태희를 만나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다. 당연히 얘기를 꺼낼 줄 알았다는 듯, 그는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다들 그런 얘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도 몇몇 작품을 통해 아픔도 많이 겪어봤고요,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 때 머리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안되는 건 안되더라고요. 이제는 좀더 부딪히고 깨져 보려고 해요. 욕도 많이 먹어 봤으니 이제는 두려움도 안 생겨요”

사실 김태희는 영화에서는 속된 말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06년 작 ‘중천’이 150만을 동원했지만 이후 도전한 2007년 작 ‘싸움’은 32만 명에 그쳤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와의 조우에 이같은 성적은 흥행 참패다. 설경구는 검증됐으니 당시 대중들은 김태희의 연기력에 비난을 쏟았고, 그녀 또한 그런 논란에 신경을 썼다.

“사실 제가 모든게 느린 편이에요. 공부요? 공부에 순발력이 필요할까요? 어쨌든 연기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설경구나 이병헌 선배님들이 갖고 있는 그런 재능 말이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들이 갖고 있지 못한 또 다른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이제는 좀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김태희는 신작 영화 ‘그랑프리’에서 극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인 ‘주희’를 맡았다. 극 전체를 좌우하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 큰 작품을 통해 더욱이 전작 ‘싸움’의 참패 이후 ‘아이리스’로 겨우 재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바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그런 자신의 행보에 김태희는 부담이 없을까?

“미리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주변에서는 ‘드라마를 하면 좀더 낫지 않을까?’라고들 하시는데, 그런 계산을 하고 고른 작품은 아니에요. 영화에 대한 오기는 더 아니고요. 단지 ‘아이리스’를 함께 했던 양윤호 감독님이 먼저 작품을 제의해주셔서 출연에 응했어요. 그게 다에요. 어이 없죠?”(웃음)

영화 ‘그랑프리’는 김태희의 3번째 영화이자, 3년 만에 스크린 출연이다. 하지만 김태희의 복귀를 축하해 줄 영화 시장 상황은 아니다. 9월에 한국 영화만 ‘무적자’,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무려 6개 작품이 선을 보인다. 김태희의 ‘그랑프리’가 개봉하는 16일은 무려 4개 영화가 동시 개봉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태희는 걱정 보다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 정말 많은 영화가 개봉해서 부담이 되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우리 영화가 잘 되면 좋죠. 하지만 모든 영화가 다 잘 되서 영화 시장이 좀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입에 발린 말 아니냐고요? 한 영화만 잘되고 다들 흥행 못하면 제가 설 자리도 줄잖아요. 너무 계산적인가?”

인터뷰 말미에서 김태희에게 물어봤다. 다시 태어나도 연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이 같은 질문에 김태희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다시 태어나면요? 연기 할거에요. 하지만 다음에는 조금 느리게 데뷔할거 같아요. 이 길은 저에게 운명 같은 길이라 생각해요”

김태희는 ‘운명 같은 길’로 자신의 연기자 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세 번째 영화 도전작 ‘그랑프리’는 오는 16일 개봉된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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