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역사적인 좌완 에이스 다승왕 경쟁을 펼치던 류현진이 피로누적으로 이탈하면서 이제 다승왕과 15년만의 좌완 20승 도전은 SK 에이스 김광현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김광현은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원정 경기에서 7이닝 1실으로 호투하고도 팀 타선 침묵으로 17승에 실패했다. 류현진이 피로누적과 팔꿈치 통증으로 잔여경기 등판이 불투명하고 SK가 한화보다 5경기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김광현의 다승왕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지만 이제 20승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류현진이 도전했지만 실패가 유력한 20승, 특히 좌완 투수의 20승은 1995년 LG 이상훈 이후 15년만이라는 점에서 기록의 가치가 더욱 격상된다. 하지만 최하위팀이자 4연승을 달리고 있던 한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김광현의 가능성마저 희미해졌다.
김광현에게 필요한 승수는 앞으로 4승. SK는 1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5인 로테이션으로 따지면 김광현이 등판할 수 있는 횟수는 많아야 3회. 하지만 잔여경기 일정을 치르는 중이라 매일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거나 우천취소로 다시 연기되는 경기가 발생할 경우 4회까지 등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정이 어찌되건간에 김광현은 남은 등판 경기에서 100% 승리를 거둬야만 20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5년 전 김광현에 앞서 좌완 20승의 위업을 달성한 이상훈이 20승을 위해 벌인 혈투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타선 불발로 예기치않게 하위팀에 발목이 잡혀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닮은 꼴이다.
95년 이상훈은 8월 18일에 이미 18승에 도달했다. 7경기나 더 선발 등판할 기회가 남아있었다. 최대 25승까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역대 좌완 최다승 기록인 1985년의 김일융(25승 6패)에 도전할 것이라는 언론의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6경기에서 이상훈이 추가한 승수는 단 1승에 불과했다.
최하위 쌍방울전에서 사실상 완봉승이나 다름 없는 9이닝 1실점(무자책)으로 역투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얻지 못해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4승 무패로 압도적이었던 7위 태평양과의 2경기에서도 8이닝 2실점(2-2 무승부), 8⅓이닝 1실점(1-2패)으로 호투했지만 역시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수를 쌓지 못했다. 당연히 승리를 예상했던 하위팀들에게 좀처럼 승수를 따내지 못하자 이상훈의 초조함도 극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LG 킬러'였던 롯데와의 2경기에서 7⅓이닝 3실점 패전, 4이닝 5실점 패전으로 무너지면서 눈 앞까지 왔던 20승 꿈도 산산조각나는 듯 했다. 다행히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실점 완투승의 역투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마침내 20승 반열에 올랐다. 1990년 해태 선동렬 이후 5년만의 대기록이었다.
시즌 막판 중요한 개인 타이틀이나 대기록을 눈 앞에 뒀을 때, 모든 미디어와 관심이 집중될 때 그것들을 의식하게 되면서 선수에게 가중되는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극복하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아 대기록 수립이 눈 앞에서 물거품되는 순간도 숱하게 봐 왔다.
이에 비춰볼 때 김광현의 20승 달성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지 모른다. 기록을 위해 김광현을 중간 계투로 투입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진한 감동을 남기는 이들을 우리는 슈퍼스타라고 부른다.
[사진 = 20승에 도전하는 SK 김광현]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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