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김인권은 첫 만남에서 "내가 마치 소년가장이 된 것 같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생애 첫 주연을 맡은 그의 각오는 특별했다.
김인권이 영화 '방가방가'에서 맡은 역은 청년백수 '방태식'역. '방태식'은 취업을 위해 부탄 사람 '방가'로 분해 가짜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청년 실업과 이주 노동자의 삶을 비추고 있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코믹 연기의 달인 김인권이 있다.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미남이시네요', 영화 '해운대' 등에서 명품 코믹 연기를 선보인 김인권은 이번 영화에선 단독 주연을 맡아 두 시간 내내 터뜨릴 웃음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
'방가방가'는 드라마 '장미빛 인생'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금홍아 금홍아', '달마야, 서울 가자'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만능 감초 김정태와 신예 신형빈이 버티고 있다.
이런 든든한 지원군에도 첫 주연 김인권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최근 명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인권은 "감독이나 배우들,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내가 소년가장이 돼서 뛰고 있는 것 같다"며 짐짓 진심 담긴 엄살을 떨었다.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만 김인권은 자신감을 내비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전부 재미있다고 말씀해 주세요"라며 "재미 없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하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비록 사람들이 김인권이 주연이란 점에 걱정들을 한다고 덧붙였지만 자신의 첫 주연 작품이 관객들의 웃음 하나는 제대로 뽑아낸 것이 자랑스러운 그였다.
하지만 김인권은 촬영 내내 자신이 주연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단다.
"전 '방태식'이 주인공이라고 생각 안했어요. 단지 영화에 나오는 분량이 많다는 정도? 그런데 나중에 포스터를 보니까 제 얼굴만 크게 나온 거에요. 또 홍보할 때가 되니까 제가 주연이 돼서 여기 저기 홍보 활동하러 다니고"
그렇다면 그가 생각했던 영화 속 자신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진한 감동을 끌어내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청년실업과 이주노동자라는 소재의 코믹 영화에서 김인권은 따뜻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웃음을 염두하고 연기했던 것이다.
"저예산으로 좋은 코미디 영화 하나 만들자는 각오였어요"라는 그의 말처럼 수십억씩 자금을 투자하지도 않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화려한 CG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방가?방가!'는 우리 삶의 현실을 다루며 웃음으로 정곡을 찌른다.
김인권은 극 중 청년백수 '방태식'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부탄 사람 '방가'인 척 연기했다. "연기 속의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가끔 저도 헷갈릴 때가 있었죠"라면서 "하지만 관객들이 모두 수긍하고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관객들이 지켜보는 코믹 연기는 마냥 즐겁지만 막상 연기자는 웃음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인권 역시 촬영 기간 내내 자신의 연기에 방심할 틈을 용납하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의자에 한 번도 앉지 않고 몰입했다는 그는 "2주 정도 심한 몸살에 걸려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가면서 연기했어요"라며 "아파도 촬영을 포기할 수는 없었죠. 촬영장에서 액션 소리가 들리면 아픈 것도 잊고 연기했어요. 그리고 컷 소리가 나는 순간 연기의 흥분이 남아 있어서 1분 정도는 아픈 줄도 몰랐죠. 그러다 결국 다시 온 몸에 오한이 느껴지고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연출부로 시작해 단역을 맡으며 연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김인권. 그에게 이번 영화는 필사의 각오였던 것이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