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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인물에 의상으로 캐릭터를 입히다-이진희 '성균관 스캔들'의상 감독[MD초대석] 1편에 이어
‘가랑’이선준은 뼈대 있는 사대부 집안의 외아들이며, 원리원칙 주의에 정갈하며, 대쪽 같이 반듯한 캐릭터다. 의상의 포인트는 필요 이상의 장식 없이 단순하고 정갈한 의상이 포인트다. 색은 푸른색을 주조 컬러로 사용하여, 그의 곧은 성정을 표현했다.
‘대물’김윤희는 몰락한 양반가에 병든 동생, 홀어머니를 부양하는 생활력 강한 강골 처자이며조선시대 여자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모험심과 자기 고집을 가진 캐릭터다. 이에 멋을 부리는 용도가 아닌 생활의 수단이었으므로 수수하고, 오래 입어 닳아진 느낌을 의상 포인트로 했다.
남장 또한 아비 옷을 수선해서 입었을 것으로 설정, 젊은이가 입기엔 올드한 컬러감으로 박민영이라는 배우가 지닌 화려함과 여성스러움을 감췄다.
‘여림’구용하는 포목점 행수의 아들이며, 섬세한 감성과, 암컷에 간택되길 원하는 원앙처럼 항상 화려하다. 의상포인트는 장식적이며 화려하다. 조선판 매트로 섹슈얼(화려한 색감들과 하늘거리는 장식들을 휘날리는.)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며, 포목점 행수의 아들답게 최첨단 원단과 때론 보기도 힘든 수입 양단으로 디자인 된 옷을 입는다. 그런 그에겐 팔색조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듯하다.
‘걸오’문재신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극도로 차가운 폐쇄성과, 선 칼날 같은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반항적이고 거치나 내면은 순수하고 여린 캐릭터다(남성적인 매력과 연민이 공존하는 캐릭터) 의상포인트는 야생마 같이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이다. 색감 또한 어둡고 저채도의 톤을 띠며, 질감은 로일실크를 사용해 거칠면서도 네츄럴하게 표현된다.
이처럼 각 인물에는 상황과 환경이 존재하며, 각각의 의상은 그들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4인방은 서구적인 마스크임에도 한복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었다. 그중 한복이 가장 잘 어울렸던 배우를 굳이 꼽는다면 박유천군과 송중기군이다.일단, 얼굴의 선과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섬세해서 한복의 깊고, 단아한 색상을 잘 소화해 냈고 하얀 피부 덕에 웬만한 컬러는 다 소화 가능했기 때문에 배우로 인해 색을 규제받지 않아도 돼서 작업에 있어서 수월했다.
그러나 박유천군의 경우, 그런 좋은 조건임에도 캐릭터의 컨셉에 의해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을 설정해주지 못해 디자이너로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덧 2개월간의 촬영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또다시 머리로 상상했던 인물들을 가슴으로 떠나보낼 시간이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선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의상도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처음엔 책상 위에서 한낮 꿈에 지나지 않았던 작업이 세상에 나와 좋은 배우를 만났고 살아 숨 쉬며 진화해 제 몫을 다했다.
현장에서 구르고 굴러 너덜해진 의상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짠하다. 또 한편으론 의상을 잘 소화하고 활용해준 배우 분들께도 감사 드린다.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에 아쉬움도 크지만 이젠 머리 속에서 함께했던 많은 인물들을 가슴으로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을 순도 100%로 비우고,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다른 인물들과 순수하게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약력: 현 '엣 의상 스튜디오' 대표 이진희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1998년부터 대학로에서 연극작업을 하면서 공연의상 60여편 디자인, MBC '하얀거탑', KBS '바람의 나라', KBS '엄마가 뿔났다', KBS '성균관 스캔들' 의상감독을 맡았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박유천, 박민영, 유아인, 송중기 의상 스케치 및 현장사진, 이진희 대표(아래 사진). 사진 = 래몽래인,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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