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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제 노래실력이 마음에 들었던 건 한 번도 없어요. 점수로 매겨 70점 이상이라 생각한 적도 없어요.”
또 하나의 망언의 탄생인가.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많은 음악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수 정엽이 단 한번도 자신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후의 명곡이라 칭찬받으며 수많은 가수들이 따라부르는 ‘낫싱 베터(Nothing better)’에 최근 선보인 싱글 ‘러브 유(Love you)’, ‘위드아웃 유(Without you)’까지 발표하는 곡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감성보컬로 사랑받는 정엽이 말이다.
“가수는 다들 그럴 거에요. 본인이 원하는 이상향이 있기 때문에 그 것에 미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표면적으로 보이는 음정, 박자 이런 건 당연히 기본으로 갖춰져야 하고, 그 위에 노래에 담긴 ‘감정’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옛날 어느 순간을 생각나게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그런 소리를 내고 싶어요.”
음악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 과거 어느 시점을 떠오르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약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정엽은 이런 음악의 힘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얼마만큼의 감정을 쏟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었다.
“그게 늘 고민하는 부분이죠. 그 선이 애매하거든요. 너무 감정에 빠지면 목이 매여서 오히려 노래를 못해요. 멜로디와 박자를 맞추면서 어느 정도 감정을 넣어야 할 지 그 ‘적당함’을 찾는 게 미묘하고 힘든 부분이죠.”
사실 브아솔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대중은 브라운아이즈 출신인 나얼에만 관심을 보였다. 브아솔은 ‘나얼이 소속된 그룹’ ‘나얼이 만든 그룹’ 등으로 불리며 네 명의 멤버가 아닌 나얼 한 명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룹 리더인 정엽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룹이 오랜 공백기를 가질 때, 정엽은 자신의 솔로활동과 더불어 브아솔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멤버 각자의 영향이 커지면 커질수록 브아솔도 더 커지는 거라 생각했어요. 원래 큰 네임벨류가 있던 나얼이 소속된 그룹이라, 당연히 대중은 나얼 외에는 잘 몰랐죠. 솔로로 활동할 때 브아솔엔 나얼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세 명의 소리가 더 존재한다는 것을 제가 대표가 돼 알리려고 했어요. 성공했냐고요? 글쎄요.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 거 같네요.”
2003년 1집을 발매한 브아솔은 2007년 2집, 그리고 2010년 11월 정규 3집을 발매한다. 앨범 하나를 내는데 3~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수가 언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금방 싱글을 발매해 활동을 이어가는 요즘 가요계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2003년도에 1집을 내고 소속사 문제로 아무것도 안하며 몇 년을 쉬었어요. 그러다보니 앨범을 자주 내야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안하게 됐죠. 그래도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앨범을 내야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저런 일이 겹치면서 못 지켜졌어요. 기다려주시는 팬들한테는 정말 죄송스럽죠. 이젠 소속사를 옮겨 안정을 찾았고, 나얼도 전역해서 멤버가 다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아마 적당한 시기에 앨범이 꾸준히 나올 거 같아요.”
“하나는 같이 걷는 길, 다른 하나는 혼자 걷는 길. 즉 사랑과 이별을 표현했어요. ‘러브 유’는 ‘낫싱 베터’처럼 피아노가 담긴 제 사랑노래에요. ‘위드아웃 유’는 이별곡으로 일렉트로닉한 느낌도 있고 몽환적인 느낌을 담으려 했죠.”
정엽은 싱글을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의 DJ 자리를 꿰찼다. 또한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 유재석, 박명수 등 멤버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역할로 출연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에코브릿지와 ‘허니 듀오’라는 팀을 만들어 가수들에게 곡을 주거나 프로듀싱, 피처링 참여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뭔가가 제게 기회가 온다면 등 돌릴 생각은 없어요. 꼭 그게 음악에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가릴 땐 가리더라도 일단 해본 후에 저만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뮤지션인데 이건 안돼’라는 부정적인 편견은 갖지 않으려고요.”
자신의 노래를 대중이 마음으로 들어주면 좋겠다는 정엽. 그의 욕심은 큰 게 아니었다. 그저 긴 여운을 남기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것. 정엽은 그런 소박한 음악인의 길을 걷고 싶어했다.
“더 오래오래 음악을 하고 죽기 전 제 삶을 뒤돌아 봤을 때, ‘괜찮은 음악인의 길을 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빨리 걸어 탈 타지 않고 지금처럼 천천히, 그리고 제가 가야 할 길을 걷는 그런 긴 여운이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정엽. 사진=산타뮤직]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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